오늘 신문을 보니 부산의 모 고등학생이 정신지체장애인인 자기반 학우의 사진을 홈피에 올려 놀림감으로 삼았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네티즌은 이 학생을 M고 패륜녀로 명명하고 이에 대한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네요. 이 때문에 이 학교 홈피에는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교육청과 경찰, 학교가 진상조사에 나서 관련학생을 처벌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고, 또 이렇게 문제가 확대되자 M고 패륜녀로 지칭된 이 학생은 자신의 홈피에 ""장애인이라고 무시한 적도 없고 놀리려한 것도 아니고 괴롭히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사과문을 게재했다고 합니다. 피해 장애인의 부모도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고 격분했지만, 사태가 너무 커지게 되자 도리어 이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하네요. 문제의 M고는 통합학교로 지정돼 일반 학생과 장애 학생을 같이 교육하고 있으며, 정신 지체 학생이 3명, 이들을 교육하는 특수교사가 한명 배정돼 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를 읽으며 마음이 참 답답해왔습니다. 특히 이 학교가 통합고교라면 이런 일을 예상하고 학교나 교사가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했을텐데, 이렇게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저도 줄줄이 4명이나 아이를 키우고 있고, 우리 큰 딸은 중학교에서 실제로 왕따로 인한 고통을 겪었기에 남의 일 같이 여겨지지 않네요.
오늘 울 남편도 이 기사를 읽었는지 참 속상해하더군요. 그러면서 이런 왕따나 이지매, 장애인에 대한 차별, 그리고 인종차별에 관해서 미국의 학교에서 하는 교육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상당히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소개해드립니다.
미국에서는 일단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면 이런 문제에 대해 아주 심각한 오리엔테이션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교육 내용이 도덕적으로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지하는 것보다 이것은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쪽으로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즉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나 이지매, 차별, 인종차별을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의 사안이라고 교육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강조해나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형사처벌의 정도가 단순히 학교 내의 징계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이 사람의 개인신상기록에 그대로 남아 앞으로 진로나 취업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한답니다. 즉 이런 일로 가해자가 되어 처벌을 받게 되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떠나도 사회에서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도록 사회가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 학교에서는 오늘과 같이 이렇게 공개된 홈피에 대놓고 친구를 비하하는 식의 패륜녀의 행동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완전 자살 행위라는 것이죠.
우리는 미국처럼 이렇게 법으로 모든 것을 금제하는 것보다는 그 스스로 깨닫고 고쳐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식보다는 좀 더 인간적이고 또 인정적인 점이 있죠. 하지만 저는 미국식의 방법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첫째는 학교에서의 이런 문제가 단순히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풀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이들이 커면서 뭐 이런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하는 식으로 문제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기에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이전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이것을 경찰에 신고하자 그 경찰들이 도리어 피해 학생에 도대체 네가 어떻게 처신했기에 이런 일을 당했냐며 도리어 그 여학생에게 그 책임을 물었고, 이 때문에 여학생들 더 큰 상처를 받고 자살한 일도 있었습니다. 죄를 죄로 인식하지 못할 때 더 큰 죄가 양산되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둘째는 이러한 문제는 심각한 범죄이며, 또한 자신의 앞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할 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가해학생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를 하게 되고, 피해학생을 더 이상 보호해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명백한 범죄로 보았을 때 여기에 온당한 처벌의 기준이 마련되게 되고, 또한 이 처벌이 단지 학교 생활의 제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가해자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하지 않아야 할 짓을 했구나..이렇게 이 문제에 대해 깊은 반성과 책임감을 갖게 되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죠. 사실 미국처럼 한 번 기록에 남을 때 사회적으로 완전 매장시켜버리는 정도는 심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정도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할 수 있고, 또 그 행동을 고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쓰고 보니 너무 강경하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이제 뭔가 좀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에 이 글을 썼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제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근절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릴 때 학교에서부터 서로 다른 것을 포용하고, 또 서로를 배려하며 존중하는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달아주심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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