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와 제가 시험 이틀째를 맞습니다. 저는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부산디지털 대학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시험도 인터넷으로 칩니다. 오늘 시험을 치기 전 시험범위를 다시 한번 훑어보다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참~ 우리 둘째도 시험치고 점심을 먹지 않고 온다는 것을 깜박했네요. ㅋ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납니다.
"엄마, 나예요."
우리 둘째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들어옵니다. 얼굴을 보니 결과가 뻔히 보이네요. 너무 안쓰러워보여 말을 붙이기도 힘듭니다. .. 그래도 용기를 내어 물어 보았습니다.
"오늘 시험 어땠어."
"망쳤어."
그러더니 오늘 시험친 과목에 대해 열심히 조잘거립니다.
"미술은 어쩌고 저쩌고........"
딸의 그런 모습이 참 이쁘네요. 한참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랫더니 그 녀석 조금은 힘이 나는 모양입니다.
"그래 이미 친 시험은 잊어버리고, 내일을 위해 오늘 한번 더 힘을 내서 고생하자."
"응."
저도 오늘 시험을 한 과목 쳤습니다. 이 과목은 정말 열심히는 했는데, 어렵네요.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책과 강의안에도 없는 문제들이 몇 문제 나와 제 속을 태웁니다. . 이런 시험 치고나면 상당히 기분이 나빠지고, 허탈해 집니다. 교수님이 이해가 되질 않구요. 오늘 우리 둘째의 마음도 저와 같아 보였습니다.
새삼 40이 되는 나이에 공부를 하다보니,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정말 고생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공부를 잘 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열심히 해도 생각보다 잘 안나오고, 부모님은 잘 못쳤다고 닥달하고..그 누구보다 속상하고 짜증나는 것은 분명 열심히 한 당사자 일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집은 아이들이 시험을 치고 나면 도리어 저희가 긴장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나름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실망하면 어떻하나? 혹 자신감을 잃거나 열심히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식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또 삐딱하게 세상을 살아가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지요.
남편은 일단 시험을 치고 난 뒤엔 무조건 칭찬부터 합니다. 그리고 우리 둘째 이렇게 제게 이렇게 말해주네요.
"엄마, 중1은 연습이라 생각하고, 중2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꺼예요. 다음 시험에는 예습도 하고, 수업시간에는 더 열심히 집중해야 겠어요."
"그래 맞아, 지금 내가 무엇을 빠트렸나, 실수했나를 잘 생각해서 다음에 잘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되는거야. 언니도 중1때는 그랬는데, 점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아갔으니까. 울 둘째도 잘 할 수 있을꺼야."
"응."
"지금은 많이 힘들고, 왜 공부해야 되는지 몰라도 나중에는 네가 열심히 한만큼 하고 싶은 일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열심히 하자."
"응."
그래도 기 죽지않고, 다음에 더 잘해야 겠다고 다짐하는 울 둘째가 대견스럽습니다. 그런데 우리 둘째 아빠와 협상을 시도합니다.
" 아빠 시험치고 나면 친구들이랑 놀러가기로 했는데, 용돈 좀 줄거지?"
아빠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아마 남자들은 허풍을 위해 태어났나 봅니다.
"그럼 당근이지. 우리 딸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 아빠가 상을 줘야지. 요즘 아빠 가진 거라곤 돈밖에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시험쳐라. 이구 이뻐라 ~"
우리 딸 활짝 웃으며, 벌써부터 뭐하고 놀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 남편 얼마를 줄까요? 도대체 나 몰래 비자금을 얼마나 감춰두었다는 거죠? 이걸 압수할 방법이 없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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