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만해도 울 뚱이, 사춘기라는 것을 알리면서 자신의 몸에 손도 못되게 하더니, 요즘은 좀 달라졌습니다. 제가 뚱이를 안아줄 때면 좋아하면서 즐기네요. 잠을 자고 일어나면 아예 제 앞에 누워서는 자신을 안아달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변성기도 오지 않았고, 어깨가 벌어지는 제2차성징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에 안아 줄만한데, 좀 있으면 어떻게 안아주나 좀 걱정이 됩니다.
울 남편이 미국에 간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남편이 떠난 첫날저녁에 혼자잘까하다가 울 막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삐야, 아빠가 없어서 엄마혼자 자는데, 혹시 이삐 엄마하고 자지 않을래?"
"아! 좋아요."
울 이삐는 아직 엄마와 자는 것이 참 좋은가봅니다. 울 첫째 우도, 둘째 히도 그럴때가 있었지요. 그런데 사춘기가 되고나니, 저와 자자고 해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자기방에서 자겠다고 하네요. 그럴줄 알았으면 초등학교6학년 때 저와 자고 싶어했던 히와 실컷 함께 잘것을, 제가 혼자 자겠다고해서 울 히를 울렸었네요. ㅠㅠ
이삐는 신이나서 제방에 이불을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울 뚱이의 표정과 말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이삐가 제옆에서 자는 것이 싫은 것일까요? 설마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습니다.
"뚱아,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왜 나빠졌어? 혹시 엄마가 이삐와 함께 잔다고 기분나쁜 것은 아니겠지?"
그말을 들은 뚱이가 한마디 합니다.
"내일은 내가 엄마하고 잔데이~."
헐~ 사춘기인 뚱이가 저랑 자고 싶어할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어째 다 큰 아들과 함께 자려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열대아로 더운 여름이잖아요. 시원하게 입고 자야하는데, 아들이 옆에서 자면 웬지 그러면 안될 것 같으니 걱정입니다.
다음날 아침 울 뚱이에게 얘기했습니다.
"뚱아, 그런데 엄마는 아빠말고는 같이 잔 남자가 없어서, 뚱이랑 자려니 좀 이상한데 어떻하지?"
"엄마, 그럼 엄마는 엄마아빠랑은 자지 않았어요. 그리고 엄마오빠하고도 잤을 것 아니예요."
"그건 그렇지만 엄마가 다 큰 어른이 되어서는 아빠말고는 잔사람이 없잖아."
이삐가 오빠를 도와주네요.
"엄마, 그래도 어려서는 아빠랑, 오빠랑 잤잖아요."
어쩔수없이 뚱이와 자야하나 봅니다. 편하게 자고 싶은데 어쩔수 없지요.
드디어, 저녁이 되어 잠을 자는데, 웬지 불편한 마음 때문일까요? 좀처럼 잠이 오질 않네요. 이삐랑은 편하게 잘 잤는데 말입니다. 울 아들은 세상 모르고 잘만 자는데, 저는 아들과 자는 첫날 그렇게 잠을 설쳤습니다. ㅎㅎ
그래도, 두번째와 세번째로 아들과 자는 날은 편하게 잠이 들었네요. 오늘은 이삐랑 자는 날이네요. 그런데 울 뚱이가 갑자기 한마디합니다.
"이삐야, 오늘도 내가 엄마랑 잔데이~."
"그런게 어디있어? 오늘은 내차례잖아~."
"어쩌고 저쩌고....."
"........"
요즘 아이들을 볼 때면 깜짝 깜짝 놀랍니다. 사진속에서 요렇게 이쁘고 귀엽던 아이들이 너무 많이 큰 것을 보면 한편으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신기하고 놀랍기만 합니다. 울 뚱이와 이삐도 더 크면 저랑 자려고 하지 않으려나요. ㅎㅎ 좋아할 때 실컷 즐겨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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