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뚱이가 며칠전 슈렉4를 보러 가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빠와 같이 가면 좋겠지만, 아빠가 바쁘면 엄마와 이삐 그리고 뚱이 이렇게 가자고 하네요. 울 남편 들으면 좀 섭섭할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그 말은 빼고 남편에게 울 뚱이가 슈렉4가 보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지요. 울 남편 대번에 '그럼 슈렉4를 보러 가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 그리고 이삐와 뚱이 이렇게 4명이서 슈렉4를 보러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차안 라디오에서 정말 재밌는 사연이 나오더군요. 울 남편은 운전을 하면서도 넘 재밌어서 넘어가네요. 그러다 사고나면 어떻하려고... 그런데 이번에 이런 사연이 나옵니다.
"저는 4아이의 아빠입니다. 딸이 3명이고 아들이 한명이지요. 그런데 작년에 울 둘째 딸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4시간이 지나 죽어버렸어요. 그 충격으로 울 딸도 몸이 쇄약해져 갔지요. 그래서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달전에 몸이 많이 좋지 않다며, 대학병원에 다니며 검사를 하더니 한달전에 그만 세상을 떠났습니다. 흑흑흑...... 제가 참 엄한 아빠였거든요.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제가 하게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항상 간섭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하고 엄하게 했어요. 이렇게 세상을 떠날 줄 알았으면 자신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이제 생각해 보니 그렇게 엄하게 할 필요도 없었는데, 너무 엄하게 한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
사연을 듣고 있던 울 남편이 이러면서 울기 시작합니다.
" 왜 이 라디오는 한바탕 웃기더니, 이런 슬픈 사연을 내보내서 이번엔 울게 하는 거야."
사실 울 집도 딸3명에 아들 한명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연을 듣고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아버님이 엄하게 하신 것도 물론 딸을 위해서 였겠지만, 그리고 딸이 세상을 떠나니 가슴아픈마음에 더 못한 것이 후회였겠지요. 사연을 듣고보니, 가까이에 있을 때 더 소중히 여기고 더 사랑하며 아이들의 말과 마음을 존중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 울적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향하였습니다.
슈렉4를 보기시작하자, 울쩍한 마음은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재밌게 슈렉4를 보았습니다. 슈렉4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슈렉이 가까이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마술사의 꾐에 빠져 모든 것을 잃을뻔한 내용이잖아요. 슈렉이 마지막에 한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피오나, 나는 지금까지 내가 당신을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소. 바로 당신이 나를 구한 것이였소."
울 남편은 제에게 한번씩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비련의 여자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라나요? 제가 자신을 구했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제가 울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여보, 영화 잘 봤죠? 좀 찔리는 것이 없던가요?"
"어떻게 알았어. 많이 찔렸는데, 나도 슈렉과 같은 마음을 가진적이 있었지. 하지만 난 지금 사랑하는 내 아내와 아이들과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ㅎㅎㅎ"
요즘 사춘기 인 울 뚱이 아빠에게 조금은 반항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함께 보고 나니, 아빠에 대한 마음이 풀린 모양입니다. 아님 아빠의 소중함을 느낀 것일까요? 엘레베이트에서 살짝이 아빠에게 몸을 기댑니다. 그걸 느낀 아빠는 더 포근히 아들을 안아주네요.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언제나 그자리에 있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분들에게 좀 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할 때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랑과 여유도 가져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되네요. 슈렉4 여러분도 함 보세요. ㅎㅎㅎ 남편과 함께 보면 더 좋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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