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울 남편 어머님이 부름을 받고 시댁에 갔답니다. 제 남편의 여동생, 저는 큰 아가씨라고 부르는데, 울 큰 아가씨의 시어머니께서 입원하셨거든요. 그렇게 사돈 어른께서 입원하시니 어머니께서 꼭 문병가야 한다며, 남편 점심 시간에 틈을 내 보라고 하셨네요. 예전에는 이런 경우엔 제가 차를 몰고 가 어머님을 모셨는데, 지난 번에 허리를 다친 이후 운전하는 것이 너무 힘들더군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어머니와 병문안을 다녀온 남편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 듣고 울 모두 쓰러졌습니다. ㅎㅎ
저의 시부모님은 현재 딸들과 함께 살고 있답니다. 작은 아가씨는 아직 미혼이시구요. 골드 미쓰랍니다. 큰 아가씨는 애가 둘인데, 맞벌이 부부다 보니 아이들을 시부모님이 봐주시고 있죠. 큰 애는 초등학교에 다니지만 막내는 이제 겨우 네 살입니다. 요즘은 말도 아주 잘하고, 얼마나 재치 있는지 부모님 힘은 드셔도 애 보는 재미로 살아가시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요즘 아버님도 그렇지만 어머님께서도 건강 상황이 좋지 않으십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님을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께서 돌봐야 하니 때로는 화도 나고, 그러신 것 같습니다. 아버님 젊으셨을 때 어머님께 잘 해드렸다면 좋았을텐데, 좀 그러지 못하셨거든요. 요즘 어머님께 구박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구박받으시면서도 뭐가 좋으신지 어머님이 옆에 있으면 아주 천진난만하게 웃으십니다.
어머님 그런 아버님 보고 화가 더 치미시는지 때때로 아들을 보고
"네 아버지 속썩여서 내가 못살겠다. 니가 좀 데리고 가서 살아라"
"내가 집 나가버려야겠다, 힘들어서 못살겠다"
"내가 도망가 버리든지 저 놈의 영감 어디 갖다 버리든지 해야지"
여기서 좀 더 화가 나면 더 심한 말도 막하십니다. 그런 말 들으면 울 남편 완전 고양이 앞에 생쥐 꼴이 되어서 어머님 비위 맞추며, 화를 풀어드리려고 갖은 아부 다하구요. 그런데 그런 모습 곁에서 지켜보면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며칠 전 사건이 생겼습니다.
어머님께서 빨래를 널려고 옥상에 올라가셨는데, 그 때 아버님이 찾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부르는 소리가 옥상까지 들릴리가 없죠. 울 조카 윤이, 할아버지가 할머니 찾는 것을 보고는 온 집안을 쫓아다니면 할머니를 불렀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거죠. 한참을 찾고는 안되겠다는듯이 할아버지에게 와서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외할아버지가 외할머니 너무 속썩이니까 힘들어서 도망가셨나봐, 아무리 찾아도 집에 없어" 그 순간 옥상에서 빨래를 갖고 내려오시던 어머님, 손주가 하는 말을 고스란히 듣고는 빵 터졌습니다.
"어 할머니 있었네.. 난 또 도망간 줄 알았잖아요"
네 살짜리 손주가 또박 또박 그렇게 말하는게 얼마나 귀여웠고 또 신통했는지 한 참을 웃었답니다. 이 이야길 남편에게 들려주시며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애 앞에서 함부로 말해선 안되겠더라.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할 줄 어떻게 알았겠노? 진짜 애들 앞에선 말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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