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맘마의 알콩당콩 가족이야기
울 부부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간답니다. 어쩌다가 단 둘이 차 한 잔 할 때면 이런 저런 옛날 이야기를 나누는데, 벌써 그런 세월을 20년이 다되다 보니 꺼집어 낼 건 다 꺼집어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떨 때는 했던 이야기 또 하고 해서, 요즘은 했던 이야기 또 하려고 하면 “그거 이전에 했던 이야기거든요” 그렇게 제지해야 할 정도랍니다. 그럼 울 남편 좀 쑥스런 듯 “그랬나? 내가 참 별 이야길 다했네” 그럽니다.
요즘 울 아들, 사춘기라 아무래도 성교육도 해야할 것 같아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아들에게 신경 좀 쓰세요. 다른 집 아빠들은 앉혀놓고 성교육도 하고, 목욕탕에도 같이 가서 남자들끼리만의 비밀스런 이야기도 다 해준다고 하두만”
그러자 울 남편 눈빛을 반짝이며, 슬며서 입가에 웃음을 짓습니다. 허억~ 이건 또 뭔가요? 이거 슬슬 옛 일을 고백하려는 분위기인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 입이 근질근질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뭐예요?”
그러자 남편 의외의 이야기를 합니다.
“나도 내가 자랄 때, 성에 대해서 좀 제대로 갈켜 주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땐 그런 말 꺼냈다간 몹쓸 놈으로 몰려서 제 명에 못살았는데..”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 겪은 이야기를 하나 들려줍니다.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땐가 할머니와 함께 아는 친척집에 갔더랍니다. 그런데 그분은 당시 30대쯤으로 혼자 살고 계셨는데, 할머니께서 오시자 남편에겐 집을 보라 하고, 두 분이서 나가시더라네요. 남자 혼자 사는 단칸방에 홀로 남겨진 남편, 심심해서 뭐 재밌는 거 없나 하고 방안을 둘러보았는데, 방안 구석에 ‘선데이서울’이라고 하는 당시 인기 있었던 성인 잡지를 발견했답니다.
표지부터 수영복 입은 여인의 모습, 도대체 이 안에 무슨 내용이 있을까 하고 들춰 보았더니, 정말 정신이 아득해지더라네요. 난생 처음 보는 이쁜 배우들이 수영복을 입고 있는 섹시한 모습, 그리고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듣도 못했던 배우들의 사생활, 아~ 이걸 보고 친구들이 연예계 소식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해줬구나, 비로소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바로 성상담 코너였답니다. 질문과 대답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성에 관한 적나라한 고백과 이에 대한 전문가의 더 적나라한 상담 내용에 얼굴이 화끈거리더랍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에 남편도 ‘자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네요. 그런데 자위에 관한 고민과 그에 대한 상담 내용도 있어 정말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얼마나 열심히 집중했는지 할머니와 그 친척분이 방에 들어오신 것도 몰랐을 정도랍니다.
할머니는 손주가 뭔 책을 보고 있으니, 착한 손주 공부하고 있는 줄 아셨겠지만, 그 아저씨는 어땠겠습니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딩이 눈이 뚫어지게 그런 책을 보고 있으니, 아마 뭐라도 따끔하게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할머니와 아저씨가 온 줄도 몰랐던 남편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얼굴이 홍당무같이 붉어져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 아저씨 그 때부터 남편에게 무안을 주기 시작하는데, 10여분을 그렇게 하시더라네요. 부끄럽기도 하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남편, 하지만 꼼짝없이 그분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답니다.
“내가 그 분의 잔소리를 다 듣고 난 뒤 한 첫마디가 뭐게?”
“뭐라고 했는데요?”
“그게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돼, 내가 왜 그리 말했을까 싶기도 하고. 참 내”
“뭐라고 했길래요?”
제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다그치듯 물었습니다.
“그 때 뭐라고 했냐믄, 아저씨 저 이 책 안 읽었어요. 갑자기 이 말이 튀어나오더라 ㅎㅎ ”
뻔히 현장을 들켰는데도 이렇게 발뺌하는 자신을 이해 못하겠더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 날 한 번씩 이런 생각을 해봐, 만일 내가 그 아저씨였다면 뭐라고 그 아이에게 말해주었을까? 솔직히 나 그 때 기분 무지 더러웠거든. 흠, 그 때부터 성에 대해 상당히 왜곡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성에 대해 올바른 눈을 갖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애. 성은 부끄럽고, 불결하다는 그런 생각을 벗어버리질 못하겠더라구. 젊은 사람이 사랑스런 여인을 보면 그런 육체적인 욕구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데도, 그걸 죄악시하고, 또 그 때문에 죄책감에 쌓여 여러 날 고민하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나는 참 별 수 없는 놈이구나 이런 자괴감마저 들었거든. 정말 내 젊은 날 지금 생각하면 별 쓸데없는 고민에 허덕였던 것 같아~ ”
남편의 표정, 뭔가 회한의 찬 그런 모습이네요.
“만일 당신이 그 때 그 아저씨였다면 뭐라 말할 건데요?”
남편이 뭐랄지 정말 궁금하더라구요.
“흠~ 솔직히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 때 그 아저씨처럼 면박은 주지 않았을 것 같애. 도리어 이쁘냐? 넌 그 책 속에서 누가 젤 맘에 들던? 아마 그렇게 물어볼 것 같다. 그리고 그 책에 있는 내용 중에 이런 내용도 있는데, 넌 그게 무슨 말인지 아는거냐? 이렇게 물어보면서 그 아이가 알고 싶은 거 속 시원하게 다 갈켜 줄 것 같다.”
흠, 제가 울 남편을 좀 아는데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겁니다. ㅎㅎ 나중 울 아들과 남자로서 어떤 말을 나누게 될 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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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4년 3월 14일 Update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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