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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휴일 풍경, 떡이된 밥으로 만든 볶음밥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0. 5. 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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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맘마의 알콩달콩 가족이야기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청소를 간단히 한 후 책을 좀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잠을 충분히 못자서 인지 갑자기 잠이 몰려오네요. 그래서 잠시 눈을 붙이면서, 점심은 뭘 먹지? 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자 잠결에 '아, 냉동실에 닭가슴살이 있으니 볶음밥을 해먹자.'이런 생각을 하다 그만 골아떨어졌습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큰 딸이 절 깨우네요.  

"엄마, 엄마, 일어나세요. 배 고파요."

간신히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어라~ 12시 40분이네요. 이럴 수가, 점심시간이네요. 웬 점심이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노는 날 그냥 편히 굶고 지나갈까? 아니면 몸매 관리를 위해 그냥 건너뛸까? 아이들 시선일랑은 모르는 채 하고 그냥 계속 잘까? 살짝 고민하다 그래도 엄마의 본분은 지켜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큰 딸은 그 새 친구까지 한 명을 데려다 놓았네요. 솔직히 하도 자주와서 우리 딸인지 남의 딸인지 헷갈리는 녀석이긴 하지만요. 

비몽사몽 잠들기 전에 볶음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서 볶음밥에 넣을 야채를 찾아 보았지요. 이런 장을 봤어야 하는데.. 냉장고에 있는 야채라곤 상추, 보라색양배추, 마늘 이런 것 뿐이네요. 볶음밥에 들어갈 재료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야채 전부를 넣기로 마음 먹고 밥을 했습니다. 전기 밥통도 얼마 전에 고장이 났는데, 아직 고치지 않고 있는 관계로 요즘은 솥에다 직접 밥을 하고 있습니다. 잠결에 물을 붓긴 했는데, 적당한 지 모르겠습니다. 뭐 그래도 밥은 되겠죠. 그리고 야채를 썰고, 닭가슴살에 밑간을 했습니다. 거의 밥도 다 되어 가네요.


닭가슴살을 먼저 볶은 후 야채를 넣고 밥을 넣었습니다. 아이구~~이걸 어떻합니까? 밥이 완전 떡이 되었습니다. 볶음밥의 생명은 곱슬곱슬한 밥인데, 밥이 떡이라니~ 최악입니다. 울 아이들 그래도 엄마의 볶음밥은 수준급이라 인정을 해주는 음식인데요, 오늘 완전 망했습니다.

하지만 미리 잘못했다는 내색을 보이면, 아이들은 기회다 생각하고 밥을 안 먹고 이것저것 투정을 부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시치미를 딱 떼고 상을 차렸습니다. 미식가로 자처하는 큰 딸이 점심이 무엇인지 궁금했는지 다가옵니다. 차려논 음식을 보더니 뭔가 미심쩍은지 취조를 하기 시작합니다. 


"엄마, 이건 뭐예요."

이럴 경우 절대 표정이 변하면 안됩니다. 도리어 더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말해야 밀리지 않습니다.

"엄마가 밥을 좀 질게 해서 그래. 닭고기 넣은 볶음밥이야."

자기가 좋아하는 닭고기를 넣었다는 말에 더 따지지 않고 넘어갑니다. 울 아들도 다가오더니 묻습니다.  

"엄마, 이건 무슨 밥이예요?"

"응, 닭고기 넣은 볶은밥인데."

"어~ 이건 볶음밥이라기보다는 죽같은데요.ㅎㅎㅎ."

웃음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밀리면 안됩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안다는듯이 아이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얘들아 모두 모여라, 밥먹자."

모두 모인 아이들은 한마디씩 합니다. 

"이건 뭐야~."

먼저 온 큰 딸이 맛을 보고는 말합니다. 

"야~ 그래도 맛은 있다."

"닭죽 맛인걸... 그래도 맛은 있네."

울 아들도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맛있네."



휴~ 다행입니다. 그렇게 모두들 한참을 맛있게 먹더니 갑자기 울 큰 딸이 젓가락으로 파란색 야채를 집으면서 묻습니다. 


"엄마, 그런데, 이 파란것은 뭐예요?"

뜨끔~ 이 파란색 야채의 비밀을 알면 아이들이 뭐라 말을 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결혼 18년차의 네 아이를 기른 전업주부가 아닙니까? 절대 당황하지 않고 아주 능청스럽게 제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응. 맞춰봐."

아이들은 한가지씩 댑니다. 

"시금치다."

울 첫째와 둘째가 얘기 합니다. 그리고 아들은 아무래도 열무 같다고 말하네요. 제가 정답이 아니라고 하자
울 큰 딸 맛을 봅니다.

"아무 맛도 안나네, 뭐지?"

아이들은 도저히 뭔지 알수 없다는 듯이 저를 쳐다봅니다. 제가 힌트를 줬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먹는 건데, 아마 이걸 볶음밥에 넣기는 이번이 처음일거야. "

울 큰 딸이 알겠다는 듯이 얘기합니다.

"아~ 아무 맛이 안나고 자주 먹는 거는 상추다."

"빙고!"

"
상추를 여기 넣었어? 헉~."

"ㅎㅎㅎㅎㅎ...."

어의가 없어 하는 아이들과 저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아이들이 몇숟가락 먹지 않으면 어떻하나 걱정 했는데, 그런 얘기를 하다보니 벌써 그릇을 다 비웠네요. 모두들 신기한 볶음밥이라며 이런 맛은 난생 처음이랍니다. 저는 속으로 사실 많이 긴장했지만 이렇게 다 먹어주니 감사할 따름이죠...  아마 우리 가족 모두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볶음밥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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