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기(우가)가 태어나고, 좋은 엄마의 모델이 없었던 저는 아기와 관련된 서적을 여럿 읽었습니다.
그래서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했지요.
그중에 하나는 아기에게 수다를 떠는 것이었습니다. 아기가 오줌을 눠서 울 때면,
"아유, 우리 아기 쉬했어요. 엄마가 쉬 갈아 줄께요. 쭈쭈도 하자. 아유 잘하네. 쭈쭈, 쭈쭈..............."
아기에게 맘마를 먹일 때면,
"우리 아기 맘마 먹을 시간이예요. 엄마가 정확한 온도를 마췄어요. 우리 아기가 잘 먹는지 볼까요. 아유 잘 먹네........"
버스를 타고 갈때면, 버스창문에 보이는 것들을 가르키며 수다를 떨었지요.
"저기 좀 보렴, 나무잎이 노란색이 되었네. 이제 가을이 되어 낙엽이 된 것이란다. 낙엽이 뭐냐고? 낙엽은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아기에게 하루종일 수다를 떨었습니다. 사실 전 말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랍니다. 그저 아기에게 좋다고 하니, 아기와 같이 있을때면 쉬지 않고 무슨 말이든 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기가 커가면서 말을 시작하게 되자, 하루종일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닙니까?
얼마나 옆에서 조잘거리는지.. 하여간 유치원 갔다오면 제가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어쩌다 엄마가 놀아주지 않을 땐, 혼자서 백설공주놀이, 노래자랑놀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놀이를 하는데 정말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네요. 연기력도 좋아서 1인다역을 하는데, 이거 저러다 정말 연예계로 나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놀더군요.
그런데요, 이렇게 혼자서 잘 노는 건 이쁘지만, 하루종일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너무 많이 아기에게 수다를 떨어서 그런게 아닌가?, 이거 혹시 부작용이 있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더라구요.
이런 아기가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네요.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학교갔다 돌아오면, 묻지 않아도 1교시가 어쩌고 저쩌고, 2교시... 3교시...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합니다.친구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학원에서 있었던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어떤 것이라는 둥.. 덕분에 저는 가만히 있어도 우리 아이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보듯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도 어찌나 재밌게 하는지, 얜 정말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는구나 싶은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우가야, 넌 엄마가 '응, 그래"하고 맞장구만 쳐주면, 아마 하루종일 이야기 하겠다."
"그럼, 한번 하루종일 이야기 해볼까?"
"ㅎㅎㅎ ....."
그래도 경우는 잘 가려 이야기하고 또 누구에게나 정답게 얘기를 잘 해서 인지, 좋은 친구들도 많고, 학원에서나, 교회,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인기도 많은 편이네요.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작문 실력도 있더라구요. 작년에 크리스마스 때 중등부의 성탄절 꽁트 대본도 썼더군요. 신세대에 맞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밌는 TV롤러코스터 중 여자남자탐구생활'을 본따서, '여자 남자 예수님의 성탄절 탐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너무 재밌어서 조금 소개해드릴까해요.
여자의 성탄절탐구생활이예요.
(성탄캐럴) 여자는 얼마전에 맞춘 성탄절 캐럴소리로 성탄아침을 맞이해요. 이런 벌써 교회가기 한 시간전이예요. 어저께 이브랍시고 친구들과 교회에서 뽀사지게 놀다 늦게 들어와서 아침을 맞이하기 힘들어요. '차라리 이럴 거면 올나이트를 하지'하고 짜증내다 베개에 머리를 박아버려요. 두 번째 알람소리에 결국 일어나 어딘가에 기대앉아요. 알람을 끄려고 폰을 봐요. 성탄절날 문자 해주는 친구도 없고 놀러가자는 남친도 없어요. 그래서 어제 교회애들이랑 놀았어요. 다 쏠로들인데 이상하게 남은 것들끼리는 썸씽이 잘안나요. 나고싶지도 않아요. 잠시 그런 자신이 한심해져요. 앗 또 뾰루지가 났어요. .....
남자의 성탄절탐구생활이예요.
알람이 울려요. 성탄절이든 뭐든 상관없어요. 그냥 이쁜 언니가 일어나라고 말해줘요. 목소리는 이쁜데 얼굴까지 이쁜지는 몰라요. 하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사실 의식은 깨어있지만 몸은 깨어있지 않아요. 이차 알람이 울려요. 무시하고 그냥 한참 더 자버려요. 눈을떴는데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얼굴이 눈앞에 있어요. 이런 화난 엄마예요. 엄마는 용돈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잠깨우러 식칼들고 내 눈앞에 있을 때는 사람인지 괴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요. 결국 엉덩이를 한 대 걷어차이고서는 일어나요. ....
여기까지만 맛만 보여드릴께요. 저도 우리 우가 말씨 따라가네요. ㅎㅎ 더 보고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년에 올린 글인데 지금 봐도 재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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