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 택시타고 병원 가자."
다급해진 엄마는 저를 택시에 태워 병원에 왔고 시간은 저녁 10시가 되었습니다. 전 연이어 계속 구토를 하며 휠체어에 실려 관장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낳으려면, 순서가 관장실, 대기실, 분만실이잖아요.
누군가 아기가 나오려면 세상이 노래져야 한다더니, 진통이 1분간격, 30초 간격, 20, 10, 5초 간격이 되자, 쉴세없이 진통이 이어집니다. 진통이 없는 그 몇초 간이 얼마나 좋은지, 다시 진통이 계속되자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죽을 것 같은 진통에 무너져서는 안되지. 난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진통이 올 때마다 마음으로 소리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아가 힘들지. 엄마가 도와줄께. 힘내. 그래 우리 아기 아주 잘하는구나. 엄마는 너를 정말 보고 싶단다.
그런데, 이렇게 생사를 오가고 있는 순간, 저희 엄마는 대기실에서 또다른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사슴님 보호자분."
엄마는 아기가 태어났다는 이야기 인줄 알고 너무 기뻤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기가 뱃속에서 태변을 눴습니다. 빨리 제왕절개를 하지 않으면 아기가 죽을수도 있습니다."
"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술을 하시겠습니까?"
"예."
"그럼 여기 동의서를 써 주세요."
"불쌍한 우리 사슴. 이를 어째", 엄마는 울먹이며 동의서를 작성한 뒤 걱정스럽고 안된 마음에 눈물을 짓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알지 못한 저와 뱃속의 아기는 있는 힘을 다해 서로를 도우며, 세상을 향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간호사님, 아기가 나오려고 그래요."
저의 말에 간호사는 다급한 상황에 놀랬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이내 곧 몇명의 사람이 들어 오고, 서로 호들갑을 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내 우리 아기는 무사히 제왕절개를 피해 간발의 차로 이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사실, 저처럼 아기 낳기 위해 병원 갔다가 3번의 거절을 받은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때는 병원도 정말 야속했습니다. 다시는 이 병원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둘째와 넷째 모두 이 병원에서 다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막내를 보면 이런 어려웠는 순간이 도리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때, 만일 5분간격에 제가 병원을 찾았더라면 전 제왕절개를 해야 했을 것이며, 그렇게 했다면 지금 너무나 귀여운 우리집 귀염둥이 막내는 낳지 못했을 것입니다.
엄마는 첫아기를 낳을 때, 제가 그렇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전 그리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그것은 아기가 태어난다는 너무나 큰 기쁨이 있었기에 내몸이 겪는 아픔이 작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아기가 태어났을 때 우리 아기는 부어서 눈도 보이지 않고, 얼굴도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엄마의 힘든 것보다, 아기가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힘든 고통은 10배나 된다고 합니다. 내심 손자를 기대했던 할머니는 손녀라 섭섭하신지 울 아기를 보고 한마디로 하시더군요.
"모개다 모개."
모개는 무슨.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ㅎㅎㅎ
둘째 아이 하마터면 화장실에서 낳을 뻔 했어요
by우리밀맘마
*위 글은 2023.9.28.에 수정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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