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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 하마터면 화장실에서 낳을 뻔 했어요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0. 5.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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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울 둘째의 출산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큰 애를 낳고 난 뒤 30개월 쯤 지난 뒤 저는 둘째를 임신했습니다. 어디서 출산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시댁과 친정이 있는 부산이 좋을 것 같아 출산 때가 이르러서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첫째를 낳았을 때 그 유명한 산부인과에서 너무도 큰 홍역을 치뤘던 터라 다시 그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병원들을 물색해 봤는데, 당시만해도 부산에는 지금과 같은 전문 산부인과가 없었고, 모두 작은 병원들 뿐인지라 첫째를 낳았던 그 산부인과로 다시 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 싶어 후회가 됩니다. 작은 개인산부인과도 괜찮은데, 혹시나 모를 위급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그 때는 아무래도 작은 병원보다는 큰 병원이 좋을 것 같아 첫째를 낳을 때 3번이나 거절을 당했던 그 산부인과로 다시 통원을 하였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 진통이 새벽부터 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거절 당할 두려움에 아예 진통이 3분단위로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저녁6시쯤 되니 진통이 3분단위로 오더군요. 그래서 친정엄마와 전 택시를 타고 산부인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한번만에 통과하였습니다. 첫애를 낳았던 관장실도 통과하였고, 아이를 두번째 낳지만, 처음으로 대기실이란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8시쯤 되었을 것입니다. 진통은 제법 심하고 간격도 짧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보더니, 한마디 하는 것입니다.

   

"아직 멀었네요. "

   

저는 속으로 아닌데, 이런 생각을 했지요. 첫째의 경험으로 이제 그리 멀지 않아 아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통이 또 오네요. 저는 맘으로 아기를 응원하며, 진통이 올 때 견딜수 없는 고통을 참기 위해 배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기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요. 헉 근데 이 기분은~ 첫애 때 느꼈던 아기가 나오고 있는 느낌을 느꼈습니다. 전 당황한 끝에 놀란 목소리로 간호사님께 이야기 했지요.

 

  "아기가 나올려고 그래요."

 

  저의 다급한 사정을 뻔히 보면서도 간호사들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아주 무심한 투로 이렇게 말합니다.

   

"화장실 다녀오세요."

 

  위급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간호사는 제 상태를 제대로 살펴볼 생각도 하지않고 성의 없이 화장실 다녀오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저 어리석기만 했던 전 시키는 대로 화장실을 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기가 쭉 빠지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아기가 나오지 못하게 잡으면서 주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지요.

 

  "간호사님, 안되겠어요. 아기가 빠질려고 그래요."

 

  정말 다급한 사정인데도 간호사는 아주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제게 말했습니다.

   

"분만실에 누우세요."

 

  긴장한 저는 최대한 아이가 빠지지 않을 자세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분만실에 가서 누웠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모습이 간호사들은 우습게 보였는지 소리를 내서 웃는 것이 아닙니까? 살짝 화가 나려고 그러네요. 그런데 누워 있는 제모습을 자세히 보고서야 간호사들은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놀랐는지,

 

  '너무 서두르지 마라', '침착해라.'

   

빠른 움직임과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 저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아기가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분만하기 전에 일단 그곳을 마취한 후 아이가 나오는 곳을 먼저 살짝 잘라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기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또 여성에게 중요한 그곳을 봉합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는 마취를 하기도 전에 이미 아이 머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만 후 뒤처리를 할 때 이미 저의 봉합 하는 부분이 파열이 되어 쉽게 봉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요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생각지도 않고, 하는 말이, 이렇게 파열된 곳을 어떻게 봉합할 지 막막하다며 도리어 제게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아주 건강하고 이쁜 둘째 딸을 낳았습니다. 사실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 모두 둘째는 아들이기를 바랬고, 또 아들을 낳는 태몽까지 꾸었기에 저는 당연히 아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낳고 보니 아들같은 딸이었습니다. ㅎㅎ 시어른들이나 친정 모두 아들이 아닌 것에 조금 서운해하셨지만 저는 아들이든 딸이든 이렇게 건강한 아기를 낳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우리 둘째 돌때까지 치마를 입히고 예쁜 분홍색 하트 머리띠를 해놓아도 사람들이 하는 말은

 

"야! 그 놈 잘났다."

 
였습니다. 아들은 아니지만 어려서는 성격도 아들이더군요. 한 번 울면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노래를 아주 잘합니다. ㅎㅎ

 

출산 후 한동안 앉을 때마다 느끼는 고통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병원과 그 의사 그리고 간호사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어찌 그렇게 무성의한 지 지금 생각해 보니 도리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다행히 울 둘째 먹성도 좋고, 순해서 또 첫째와는 다른 사랑스러움을 갖고 무럭무럭 잘 커주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최근, 울 신랑에게 둘째를 낳았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주었더니, 그 때 왜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화를 내네요. 그 때 알았다면 당장 고소해서 아주 경을 치게 했을 거라며 방방 뛰는데,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같았습니다. 저도 지금 그 때 왜 그리 바보같이 가만히 있었는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 이렇게 담담하게 그 때 일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정말 위기 일발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우리 아이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던 것 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며, 우리 아이 볼 때마다 감사를 드립니다. 다행히 요즘은 그 산부인과도 많이 친절해지고 달라졌다는 소문을 듣게 되어 다행입니다. 종종 누가 출산을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예전의 그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떠올라 남의 일 같지 않게 걱정이 되고 기도가 되는군요.

 

 

오늘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과 산모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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