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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에 대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지식

복지와 보육정책

by 우리밀맘마 2020. 3. 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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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고, 또 모 방송에서는 이에 대한 장시간의 토론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알 듯 모를 듯 한 기본소득, 한편은 포풀리즘에 공산주의식 제도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이 기본소득을 지급할 골든타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찬반이 엇갈리는지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기본소득에 대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 기본소득제란

 

기본소득제란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지지하는 많은 사상가들이 있었고, 1970년대에 '소득보장'이라는 정책으로 미국의 닉슨 대통령에 의해 입법이 시도된 바 있습니다. 그 후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2010년대에 들어 기술발달,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산업자동화 경향이 심화되어 일자리수의 감소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자 최근 각광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해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이것이 화두가 된 상황입니다.

 

2. 기본소득제가 가장 잘 돼있고, 유명한 곳은 미국 알래스카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공산권국가일 것 같은데 의외로 미국입니다.

1967년 알래스카에서 석유가 발견됐고, 그 덕에 막대한 돈이 생겼습니다. 알래스카 주지사는 그 돈을 모든 주민에게 동일한 금액으로 나눠주었습니다. 19821000달러를 나눠준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는 최고로 많은 금액인 3269달러를 지급했습니다.


 

3.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다.

 

1968년 미국 뉴저지에서는 1357가구에게 3년 동안 기본소득을 지급했고, 시애틀과 덴버에서는 809가구를 대상으로 최장 20년 동안 지급했습니다. 또 매니토바(캐나다)에서는 1300가구에게 3년 동안 기본소득을 지급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가 기본소득을 지급한 이유는 기본소득으로 인해 노동 유인 (노동자가 일하려는 의지)이 얼마나 줄어드는 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 카터 대통령은 기본소득으로 인해 10% 가량의 노동자가 일을 중단했다고 말했으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은 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일을 덜 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생산물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보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장점이 많습니다. 노동시간을 줄인 남자들은 남은 시간 동안 해고를 대비해서 교육훈련 (자기계발)을 늘렸고, 여자들은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남자들은 자신의 미래를 대비했고, 여자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대비한 것이죠. 사회적으로 볼 때 나쁠 게 전혀 없는 것입니다.

 

참고로 기본소득으로 인해 줄어든 노동 시간과 노동 유인도 그렇게 큰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현장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의 수입이 줄어든다고 비판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이런 비판을 잘 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적정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모 정치인이 말한 대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생활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어릴 때 받은 기본소득이 아이들에게 좋은 효과를 남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인디언들은 카지노 운영으로 번 돈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했습니다. 기본소득을 실시할 때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정작 기본소득을 실시하자 대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먼저 빈곤율이 많이 줄어들었고,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가 40%나 감소했습니다.

청년들이 저지르는 경범죄가 감소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비율이 늘어났으며, 기본소득에 쓰인 돈만큼 범죄로 인한 교화 비용과 교도소를 운영하는 비용이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은 14세 이후에 기본소득을 받은 아이들은 약물 남용이나 정신질환이 감소하지 않았고, 14세 이전에 받은 아이들은 약물 남용과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1/3로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생활의 안정이 가져다주는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교육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존재하듯이, 기본소득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구요.

 

5. 기본소득은 아주 가난한 나라에서도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나미비아도 기본소득 실험을 했습니다.

IMF는 기본소득 비용이 GDP5.5%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기본소득을 반대했지만 나미비아는 총비용과 순비용은 다르기 때문에 GDP2.3% 정도만 필요하다고 반박했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했습니다.

 

IMF가 나미비아의 기본소득을 반대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IMF는 재정 안정화와 긴축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IMF는 못 살고, 경제가 위기인 국가들은 허리띠를 졸라야 된다고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나미비아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했습니다.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은 나이가 어려도, 다시 말해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기본소득을 지급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재정여력 때문에 모든 지역이 아닌 일부 지역만 실시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거의 최고로 가난한 국가의 기본소득은 미국의 기본소득보다 월등히 더 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5세 이하의 아이들의 영양실조가 42%에서 10%까지 줄어들었고, 아이들의 학교 수업료 납부가 훨씬 늘어났습니다. 나미비아의 수업료 납부 평균이 60%인데, 기본소득을 실시한 지역은 납부율이 90%에 달했습니다. 기본소득을 실시한 지역이 최빈곤층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부율 증가는 훨씬 높게 봐야 되겠죠. 이는 곧 아이들의 교육 기회가 더 크게 증진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기본소득으로 인해 전입인구가 27% 증가했지만 범죄는 오히려 36.5% 감소했습니다.

 

나미비아의 기본소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본소득이 실업을 유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고용이 증가되었습니다. 15세 이상의 고용이 44%에서 55%로 증가했고, 노동력 (총 노동 시간)도 증가했습니다. 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범죄가 감소했기 때문에 투자가 늘었을 수도 있고, 교육이 증가했기 때문에 교육에 관련된 상품들의 수요가 증가했을 수도 있으며,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평소 사고 싶었던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았다고 해서 나태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영국에서도 재밌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95월 영국 런던에서 13명의 노숙자를 대상으로 각각 4500달러(470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이 돈에는 어떤 조건도 붙지 않았고, 노숙자들은 자기가 쓰고 싶은 곳에 마음껏 쓸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13명 중 술이나 마약, 노름에 돈을 허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며, 그들은 그 돈으로 전화기나 여권, 사전 등을 구입했습니다. 어디에 돈을 쓰는 게 자신한테 최상인지를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1년 뒤 조사해 보니 13명 중 11명이 더이상 거리를 배회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장기 숙박업소(호스텔)나 노숙자 쉼터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다들 뭔가를 배우려고 학원에 등록하거나 요리를 배우고 있었고, 마약중독 치료를 받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제로 노숙자들을 관리하려면 의료비, 법률 서비스, 치안 유지비 등으로 1인당 연간 수천 달러가 들어가는 데 반해 이들 13명에게는 조사 직원 임금까지 포함해 총 82000달러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가난할까요? 그건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현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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