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추도예배로 온 가족이 모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는 젊어서 아버님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버님이 아프시고, 또 그런 아버님을 곁에서 보살피려니 좀 구박이 심하십니다. ㅎㅎ 어떨 때는 아버님이 좀 불쌍해보이기도 하구요. 그런 모습을 종종 보게 되니까 울 삼촌 드뎌 어머니께 한 마디 했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좀 잘하세요."
사실 울 어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삼촌도 이제 결혼을 하고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보니, 같은 입장의 아빠가 더 이해가 되나봅니다. 하지만 울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게 없을 텐데요. 제가 부엌에 있다가 남편 곁에 오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있더군요.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던 삼촌 돌변해서 이런말을 합니다.
"엄마, 그래도 나는 엄마편이데이~. 알지요?"
"나는 모르겠는데. 너는 심심하면 아빠에게 잘하라고 하잖아."
"그래도 나는 엄마 편이예요. 형, 형은 엄마가 좋나, 아빠가 좋나?"
어처구니가 없는 울 남편 웃음을 지으며 침묵을 지키네요. 그러더니...
"나는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다."
"에이~ 그런식으로 하지말고 하나만 말해라."
그런 질문을 하는중에 저는 아버님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얼굴이 좀 굳어 있습니다.
막내 삼촌이 엄마편을 들어서 일까요? 그런 질문이 달갑지 않은 것일까요? 조금 고민을 하던 남편이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아빠편~."
ㅎㅎ 울 아버님 활짝 웃습니다. 입이 벌어지셨네요. ㅋ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 하도 우스워서 시비를 걸었습니다.
"아유~ 지금 나이가 몇살인데 그런질문을 하세요."
그러자 울 큰시누이 삼촌을 거드네요.
"언니야, 우리는 원래 이렇게 놀아요. 그냥 두세요. ㅎㅎ. 나도 당연 엄마편. 가만히 있어봐 전서방에게도 물어 볼께."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겁니다. ㅋ 울 어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전서방은 당연 내편일껄~."
"여보, 지금 편나누기 하고 있는데, 당신은 울 어머니가 좋나, 아버지가 좋나."
갑작스런 전화에 난감할 듯도 한데, 고모부 의외로 선뜻 대답을 합니다.
"나는 장모님이 좋다. 그래도 장모님 편을 들어가 씨암닭이라도 한 마리 먹제"
"바라 맞제.ㅎㅎㅎㅎ."
"ㅎㅎㅎㅎ."
한바탕 다들 웃음이 터졌습니다. 며느리도 확실히 편을 나누라고 합니다. 저는 남편을 따라 아버님편을 들었습니다. 남편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해보니 저와 남편 빼고는 몽땅 어머님 편입니다. 어머님 아주 기세등등해지고, 아버님을 의기소침해졌지만, 그래도 장남이 자기 편이라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ㅎㅎ
이전에 울 집에서도 이런 편나누기가 심심하면 이루어졌습니다. 저와 남편은 하나라도 더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아이들에게 아양도 떨고, 위협도 하고, 용돈 더 준다는 공약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편나누기를 하면 딸들은 모두 내편, 하나 남은 아들만 아빠편을 들었거든요. 그래도 4:2 잖아요. 아들이라도 아빠편을 들지 않았다면 울 남편 슬펐을 겁니다. ㅋㅋㅋ
" 당신 그래서 아버님편을 든거지?" 하고 물었더니
"아니, 난 정말 아버지가 좋아"라고 하면서도 싱긋이 웃습니다.
ㅎㅎ 하지만 남편은 아버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것 같네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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