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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가하는 오빠, 못내 서운하면서도 내색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

좋은가정만들기

by 우리밀맘마 2023. 10. 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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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

"엄마다.'

"응."

"내일 니 오빠야, 이사간단다."

"그래요. 시원 섭섭하겠네."

"......... 현이가(손자) 이삐와 대박이랑(강아지이름)놀 때면, 그리 좋더라. 간다고 하니, 여간 섭섭하다."

많이 섭섭하신지, 엄만 목소리에도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3주전, 오빠가 사정이 생겨 방이 2개인 엄마 집에서 엄마와 오빠가족 5명이 함께 생활했습니다. 2주전만 해도 엄마는,

"야야, 한주만 있다가 간다더니, 아직 못나간단다."

"그래요, 같이 사니까 좋지 않아요?"

"아침에는 다섯식구가 밥만 먹고 나가면  전쟁터가 따로 없다."밥먹고 나면 나가기가 바쁘고, 저녁8시에 들어오니까, 저녁도 다 해놓고 기다린다. 힘들어 죽겠다."

"엄마, 그라지 말고, 언니오면 언니랑 같이 좀 하지, 몸도 성치 않은 분이 그러다 큰 일 나면 어쩌려고 그리고, 오빠도 좀 시키구?"

"그래도, 직장 갔다 오면 힘든데, 어찌 시키노?"

말은 힘들어 죽겠다고 하지만, 어쩐지 엄마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베여 있었고, 행복함이 느껴졌습니다.
엄마는 내가 결혼하고, 작은 오빠랑 몇년 산 뒤, 5년이 넘도록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큰오빠는 엄마에게 같이 살자고 했지만, 엄마가 같이 안 산다고 해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말은 안산다고 하셨지만, 엄만 오빠랑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_바느질
자녀를 위해 바느질하는 어머니

지난주에 엄마집에 갔더니, 엄마는 돋보기 안경을 쓰고 이불을 꿔매고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보는 가족들과 같이 사는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엄마, 뭐해요."

"니 오빠가 춥다고 해서 따뜻한 이불 꿔매고 있다."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실을 바늘에 잘 꿰지도 못하면서 열심히도 꿔매고 있었습니다.매주마다 엄마와 말동무도 하고, 많이 아프지는 않는지 살펴보러 갈때면, 허리도 아프다. 잠도 못잤다. 온만신이 아프다. 이러다 죽겠다. 항상 아프다는 소리를 달고 살던 엄마는, 혼자 살 때보다 2배이상의 일을 하시면서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몸은 많이 힘들어 보였지만, 엄마의 얼굴은 정말 편안해 보였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엄만, 지금 제 나이에 과부가 되어 다섯 남매를 키우셨습니다. 비록 생계를 책임지느라 힘들어 따뜻한 말한마디 못하시는 분이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해 다섯 남매를 키우셨습니다. 비록 썩 잘된 아들, 딸은 없지만, 그래도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도록 키우셨습니다. 이제 나이 70되어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는 엄마의 뒷모습은 언젠가 부터 너무나 외로워 보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설거지를 하다,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옵니다.

'현이(손자)가 대박이랑, 이삐랑 놀 때면 그리 좋더라.'

엄만, 손주가 무척 좋은가 봅니다.갑자기 2년전에 돌아가신 우리 남편 할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할머닌 91살이 되도록, 아들과 며느리와 같이 사시다, 편안히 돌아가셨습니다. 비록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의 시어머니랑 싸우기도 참 많이 싸우셨지만 그래도 참 오랜시간을 미운 정 고운 정 다들며 사셨서 그런지,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도리어 어머니께서 한 번씩 섭섭해하시더군요.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사람사는 맛이 아닐까?
우리 할머니는 참 행복한 분이시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할머니는 첫손주인 제 남편을 무척 예뻐하셨는데, 엄마가 자신의 손주를 이뻐하시는 것을 보니, 손주를 그렇게 사랑하셨던 시할머니가 보고 싶기도 하고, 엄마가 불쌍하기도 하고..괜시리 눈물이 나오네요. 

엄만, 오래전부터 파키슨병과 뇌경색을 앓고 있고, 작년부터는 치매 약도 드시고 있습니다.
저희 시부모님들도 모두 장애를 갖고 계셔서 제가 매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하루는 시댁에 또 하루는 친정에 어떨 때는 오전에는 시댁에 오후에는 친정에 갑니다.
다행이 아직은 '아프다, 힘들다.' 하시지만, 자신의 몸을 잘 챙기시며, 그나마 건강하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시는 동안, 많이 찾아가야 할 텐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얼굴보여 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 사시는 동안, 더 아프시지 않고, 건강하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추가) 참 오래 전 글을 다시 읽으며 옛 추억을 더듬고 있습니다. 
분가하는 아들을 못내 아쉬워하던 어머니는 작년에 별세하셨습니다. 
이런 글을 보며 떠나간 어머니를 다시 추억하게 되네요.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더 실감나는 지금입니다.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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