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4살 때일겁니다. 하루는 선교원에서 다녀오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여지없는 우리 딸의 조잘거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자기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한 애를 지목하곤 계속 그 애 흉을 보는 겁니다.
그 이야길 퇴근한 남편에게 말해주니 남편 배를 잡고 돌돌 구르네요. ㅎㅎ
우리 우가 어릴 적 사진을 보여드려야하는데.. 그 똘망똘망한 눈으로 엄지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난 공주야~" 하는 모습을 봤다면 정말 꽉 깨물어주고 싶을 겁니다. ㅎㅎ 우리 딸의 공주병 이야기 2탄이 이어집니다. 언제? 바로 지금요..ㅎㅎ
더 확싫한 것은 아예 대사를 다 외더군요. 마지막 볼 때 저도 옆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림이 나오자 마자 그 꼬맹이가 대사를 한 자도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마치 연기하듯이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정말 혼자 놀기의 진수를 봤습니다. 움직이는 그림을 보며 동작도 흉내내고, 대사도 그 어조 그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데, 얼마나 즐겁게 구경하는지..
그런데 우리 딸 그 날 저녁에 또 그걸 빌리는 겁니다. 저도 오기가 생기데요.
도대체 얼마큼 빌려서 보는가 보자.
얼마큼 봤겠습니까? 무려 일주일 내내 그것만 빌려보더군요. 그러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매일 보면서 백설공주 연습을 하니 말투도 백설공주, 걸음걸이도 백설공주, 밥먹는 모습도 백설공주..제가 보기에 정말 자신이 백설공주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우리 백설공주님 사과를 한 개 냉장고에서 꺼내더니 아빠에게 건넵니다.
"아빠, 이거 나한테 주면서 이쁜 공주님 맛있는 사과 하나 안사실려우?
그렇게 말하면서 주세요, 알았죠?"
영문도 모르는 남편, 하지만 뭔가 감을 잡았는지,
마귀 할멈 목소리를 내면서 딸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아이고 이쁜 공주님.. 정말 맛있는 사과 하나 있는데 사지 않으시려우?"
그러자 딸이 그 사과를 받아들며 말합니다.
"어머나, 너무 맛있겠다. 한 입 먹어봐도 돼요?"
그러면서 한 입 먹는 시늉을 하더니 손을 머리에 대고는 쓰러집니다.
" 아~ 어지러워"
그리고는 바닥에 누워 일어나질 않습니다. 어이 없어하는 남편, 우리 공주를 흔들어 깨우는데 우리 공주마마 정말 독사과를 먹은 것처럼 꼼짝도 않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남편이 난쟁이 흉내를 내면서 온갖 쇼를 합니다. 정말 그 딸에 그 아버지네요.
그러자, 죽어 있는 공주님 아빠에게 죽은 채로 귀뜸을 해줍니다.
"왕자님이 오셔서 키스해주셔야 살아나지요, 빨리 왕자님 데려오세요."
우리 남편 그 목소리를 듣더니 다시 그럽니다.
"아이고 하나님, 우리 백성공주 살리려면 백마탄 왕자님이 와서 키스해주어야 한답니다. 백마탄 왕자님을 보내주세요."
그러더니 갑자기 옆방으로 들어가더니 마치 말을 타는 자세로 따가닥따가닥 거리면서 공주 곁으로 달려오네요.
"공주, 내가 왔어요, 어서 눈을 떠봐요."
그러면서 딸에게 뽀뽀해줍니다. 아빠의 뽀뽀에 살짝 눈을 뜬 공주님
"어머, 왕자님이시군요. 우리 결혼합시다."
그러면서 딴딴딴따.. 딴딴딴따 ..
그렇게 아빠 팔짱을 끼면서 결혼식장으로 들어섭니다.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빠, 입이 찢어지네요.
그리 좋은가 나중에는 목말을 태우고는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여러분, 재밌죠?
그런데요, 이 광경을 한 번이 아니라, 저는 일주일 내내 구경해야했답니다. ㅎㅎ
그런데도 우리 남편 싫다는 표정도 없이 매일 그렇게 딸하고 놀아주더군요.
그러면서 저는 그러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땝니다.
요즘도 공주병이 재발했는지 옷도 공주스타일을 좋아한답니다.
ㅎㅎ누가 우리 우가 좀 말려주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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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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