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미용실에 갔을 때입니다. 우리 아파트 7층에 사시는 아주머니를 미용실에서 만났습니다..그런데 오늘은 남편도 같이 계시네요. 남편의 머리를 깍아주기 위해 같이 오셨답니다.
항상 밝아보이셔서 별 걱정 없이 사시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줄은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도 미용실에서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으시더군요. 그 후로는 잘 마주치지 않았다가 작년에 다시 아파트 입구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울 아버님이 장기요양보험등급 3급으로 요양보호사가 오고 있기에 아주머니에게도 물어보았지요.
"장기요양보험 한번 신청해보세요. 하루종일 보시려면 힘드실텐데요. 울 아버님도 신청을 했더니, 하루에 4시간씩 20일 동안 봐주시구요, 함께 공원에 나가 운동도 시켜주시니까 참 좋던데요. "
항상 밝아보이시구요. 저는 아저씨가 그러신 줄 몰랐어요."
제 말을 듣고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음~ 아마 남편이 아프기 전에 나에게 참 잘해주어서 그럴꺼야.
젊어서부터 나에게 참 잘 했거든~ 그러니까 아파도 밉지가 않더라고.
뭐 또 아프고 싶어서 안픈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아저씨는 참 좋으시겠어요. 아주머니가 이렇게 잘 하시니까요."
"ㅎㅎㅎ 그래? ㅎㅎㅎ."
아버님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병원에서 알게 된 분인데, 그 분 남편이 중풍으로 손과 발을 잘 못쓰셔요. 그런 남편을 모시고 병원에 오시는데, 아주머니 오실 때마다 정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어떨 때는 병원에서도 남편을 구박하기도 하구요. 하루는 함께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이렇게 신세한탄을 하시네요.젊어서도 그러더니, 지금도 말을 안듣거든. 그러면서 요구는 어찌나 하는지.
어쩔땐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을 보면 불쌍하기도 한데, 그것도 잠시야.
말도 안듣고, 게으르고, 안 낫고 나만 힘들 땐 정말 속에서 이런 것이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막 소리를 질러돼. 그러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 무슨 웬수가 적는지 젊어서도 고생시키더니 늙어 아파서 고생시키면서 말도 안들으니 얼마나 미운지...."
"아유~ 젊어서 좀 잘하시지."
"아이고 말도 마. 젊어서 잘 했으면 내가 지금 이리 미워하지는 안겠지."
두 부부를 보면서 상황은 똑 같지만 어떻게 사는 모습은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부간의 관계가 문제이겠지요. 젊어서부터 서로 도와가며 사랑하며 살아온 부부와 그렇지 못한 부부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제가 울 남편에게도 종종 그런답니다.
"여보 나이 먹어 늙어서 불쌍해지지 말고 젊어서 잘하세요."
ㅎㅎㅎ 울 남편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갈수록 저에게 잘한답니다.
살아오는 동안 아내의 소중함을 느껴서겠죠. 제가 허리가 아프잖아요.
아주 아기 다루듯이 일도 못하게 하고 애지중지 한답니다. 많이 바쁘고 힘든데도, 제가 요구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주더군요. 아니 제가 말하지 않은 것도 알아서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이랍니다. 제가 어제 농담으로 그렇게 말을 했지요.
"여보. 나중에 나이 먹어 불쌍해지지 않으려고 지금 나에게 잘해주는 거 아냐?"
"아이고 아주머니 ~저를 그런 쪼짠한 사람으로 보지 마세요."
ㅎㅎㅎ 여보. 그말 농담인 거 아시죠.
"여보,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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