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걸친 프랑스의 출산장려제도 '아이는 여성이 낳아도 사회가 함께 키운다'
1960년대 한국은 프랑스에 비해 2배 이상의 출산율을 기록했고, 1984년까지만 해도 프랑스보다 출산율이 높았습니다. 당시 프랑스 여성들은 자신의 몸매 관리 때문에 출산을 꺼린다는 식의 미확인 정보를 바탕으로 서구 여성들의 이기적 자기관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출산율 세계 꼴찌 한국(1.15명)를 기록하고 있고,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출산율 프랑스(2.0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프랑스의 출산율은 1960년 2.7명을 기록해 OECD 평균(3.2명)에도 못 미쳤고, 1990년대 중반에는 출산율이 1.66명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2008년 출산율이 2.0명까지 회복되었고, 2012년은 2.01명으로 점점 더 호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가 현 수준을 계속 이어간다면 2050년에는 인구가 7000만 명에 이르고, 인구 노령화도 25% 선의 '안정화'를 이룬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출산율을 연구하는 전문 학자들에 따르면 100년에 걸친 출산장려정책이 이렇게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100년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정책을 만드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를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실천해 가는 프랑스의 정치적 저력이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럼 프랑스가 100년에 걸쳐 시행해 온 출산장려정책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패러다임의 전환
프랑스는 국민들의 출산·육아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립가족수당기금(CNAF)'이라는 별도의 정부기관을 두는 등 출산·육아 관련 사회보장정책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출산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결과에서 나온 것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된 19세기부터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고, 여성들을 위한 사회보장 정책들이 하나씩 시행되었습니다. 부모의 일과시간에 자녀를 맡는 Ecole Maternelle(유치원)가 1881년에 처음 세워졌고, 출산휴가를 허용하는 기업이 1913년부터 생겨났으며, 1917년에는 출산장려책으로 가족수당이 도입됐습니다. 이렇게 프랑스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당연시하던 사회풍토에서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작한 것입니다.
프랑스도 40~50년 전에는 여성들이 일 보다는 가정을 택하는게 당연한 가부장적 사회였습니다. 당시 직장여성은 가사 일도 대부분 떠맡아야 했고, 혼외정사로 낳은 아이를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968년 5월혁명(이하 68혁명)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드골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68혁명은 종교와 애국·가부장제로 대표되는 '구체제'를 뒤흔드는 데는 성공한 것입니다.
이는 가정에서 남녀가 가사 분담을 평등하게 나누는 문화로 바뀌어 갔습니다. 이런 문화가 빨리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직장인들의 노동시간이 가정에 충실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기 때문에 부부가 집에 귀가하여 함께 가사를 분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3. 출산장려를 위해 마련된 엄청난 복지 기금
프랑스의 출산장려정책을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바로 엄청난 복지기금입니다. 프랑스가 지금의 복지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적잖은 액수의 세금을 흔쾌히 지불하였고, 이는 정부와 국민의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출산장려책은 파격적이고 다양합니다. 얼마나 파격적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1. 가족수당은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출산, 보육, 취학 등 자녀 양육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시점에 맞춰 지급된다. 입양한 부모, 프랑스에 거주하는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부모에게도 혜택을 준다.
2. 출생, 입양 특별수당으로는 임신 7개월까지 약 135만 원 정도가 지급된다. 임신일 경우 태어날 아이의 수에 이 액수를 곱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첫 출산을 하게 되면 855유로(약 104만원)의 격려금을 받는다.
3. 신생아 환영수당 = 자녀가 태어나서 3살이 될 때까지 자녀 1명당 매당 약 160유로를 국가에서 지원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둔 여성에게는 3년 동안 매달 340유로를 사회보장기금에서 지급한다.
4. 가족수당을 자녀의 수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16세 이하의 자녀가 두 명 이하인 경우, 113.15유로, 3자녀는 258.12유로, 4자녀는 403.09유로 등 모든 가정에 매달 지급한다. 2명 이상의 부양자녀를 가지고 있는 가족에게 가족의 상황과 수입액에 제한받지 않고 별도의 신청 없이도 자동 지급된다.
5. 집단적 보육정책 = 프랑스의 보육서비스는 특수계층보다는 모든 계층의 부모와 아동을 위한다는 게 원칙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운영 보육시설의 대부분 공립이며 유치원이 무상교육이므로 거의 모든 3~5세의 아동이 공교육과 공교육시설을 이용한다. 하지만 방학기간이나 휴일, 방과 후 보육 이용 시에는 부모가 부담한다.
6. 3세 미만의 아동 중 13%는 공인 가정 위탁소에서 돌본다. 현재 영아들의 보육을 위한 생후 영아원, 탁아소가 증가하고 있다.
7. 육아휴직 = 육아휴직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매달 512유로(약 64만 원)를 보조 받는다. 아동의 질병, 사고, 장애의 경우에는 1년간 연장도 가능하다. 고용이 보장되며 휴직 사용자는 동일한 직위 혹은 동일한 임금 수준의 유사한 직종으로 복귀된다.
8. 출산휴가 = 자녀가 2명 이상이거나 다태 임신의 경우 출산휴가 기간은 늘어난다. 첫 아이와 둘째에 대해서는 출산 이전 6주와 출산 이후 10주 동안 소득의 84%에 해당하는 급여와 산후수당이 제공된다. 셋째 이후에는 출산 이전 12주, 출산이후 22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엄청나죠? 우리나라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따라 하려면 당장 포풀리즘 논쟁에 휘말려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엄청난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뻔한 노릇. 하지만 프랑스는 이를 위한 재원마련 또한 체계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프랑스 사회보장기여금의 2/3를 기업들이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국민부담금은 조세 59.5%, 사회보장기여금 37.1%, 기타 3.4%로 구성되는데, 프랑스 기업들은 이 중에서 사회보장기여금의 67.7%를 낸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나라와 너무 비교가 됩니다. 프랑스 기업들이 내는 사회보장 비용(국민부담금 대비 25.1%)은 한국 기업들(9.1%)이 내는 것의 약 2.8배에 이르는 반면, 한국(11.6%)과 프랑스(9.3%)의 노동자들은 엇비슷한 수준의 사회보장기여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프랑스에 비해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이 우리 국민들의 국산품애용운동과 같은 애국심을 발판으로 성장했는데, 너무 배은망덕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프랑스는 이처럼 풍족한 사회보장기여금을 기반으로 가족지원 정책에 GDP 대비 3.8%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반면, 우리는 가용예산이 GDP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부모들이 "하나만 낳아도 부담"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자연스럽게 "둘은 낳아야죠" 하는 문화가 형성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죠.
프랑스의 어린이집
4. 여성 일자리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탁아소제도
프랑스는 일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75%가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일하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 바로 믿을 수 있는 탁아소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집과 같은 것이죠. 생후 3개월이 지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탁아소에 맡겨지며, 그 비용은 정부가 책임을 집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결혼을 했건 안 했건 "아이를 일단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프랑스의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죠.
정리해보면 프랑스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 정책의 변화(가족예산의 확충) ▲ 기업문화의 변화 (남편 일찍 귀가 시키기) ▲ 가족의 변화(적절한 가사 분담에 대한 합의)라는 3가지 요소가 잘 맞아 떨어졌고, 이것이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100여 년이 넘는 역사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의 결과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가 “직업활동과 가족생활을 다른 어떤 유럽국가보다 조화시키기 쉽도록 한 게 출산율 증가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하는 이유인 것이죠.
by 우리밀맘마 저의 동맹블로그 레몬박기자 오늘의 사진 바로가기 ☞클릭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추천 하트 한 번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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