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참 이상한 부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낯선 곳에서 강도를 만나 심하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반신불수가 되어 앞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비정한 부모는 그 아들에게 하는 말이
"언제 엄마가 낯선 곳에 가라고 했어? 왜 너 맘대로 가서 강도를 만나 다쳤니? 나는 모르겠다. 네가 가고 싶어 갔고, 그래서 강도를 만나 그 꼴이 됐으니 네가 모든 책임을 져라. 나는 니 병원비로 쓸 돈도 없으니 나보고 더 이상 손벌리지 말아라"
정말 이렇게 말하는 부모가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설마 하고 안믿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설혹 자식이 뭔가를 잘못해도 그 자식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무릎쓰고라도 달려드는 것이 부모인데, 어떻게 이렇게 내팽개칠 수 있을까요? 아이는 반신불수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수술까지 받았지만 회복이 어렵다고 하네요. 그리고 병원비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구요, 그 부모가 정말 돈이 없고 가난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말을 안하겠습니다. 부자거든요. 그런데도 이렇게 나몰라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형제들에게 도와달라고 애걸하였지만 모두다 제 일이 아니라고 발을 빼고 있답니다. 그러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습니까? 그 아이 사고로 몸도 아프지만 그런 부모와 형제에 대한 배신감에 더 큰 상처를 받아서 마음과 정신까지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위에서 얘기한 부모는 바로 우리나라의 정부입니다. 오늘 우리밀맘마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제가 좀 흥분한 것처럼 보이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바로 작년 사이판에서 총격을 받아 다친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요즘 블로그를 탐색하다보면 어떤 분들의 블로그 위 모퉁이에 사이판 참사라는 배너가 붙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한사 정덕수님의 블로그를 방문했을 때 이것이 한사님과 지역블로그신문 경남도민일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여론을 일으키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덕수님은 자신의 그런 노력을 두고 "마중물" 노릇을 했다며 그간의 심경을 적어두셨습니다.
관련글 -> http://blog.daum.net/osaekri
저는 그 사건이 있고난 후 모든 합의가 원만히 잘 이루어진 줄 알았습니다. 얼마전 사이판 정부가 공개적으로 사과도 하고, 또 치료비며 배상을 책임지겠다는 방송보도도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사이판참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많은 글들이 나왔는데, 정말 읽을수록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사이판총격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MBC뉴스
이번에 사고를 당하신 분들은 마산에 살면서 사이판 여행을 위해 4년을 계를 들었다고 합니다. 매월 4만원씩 그렇게 한푼 두푼 모아 가족들이 함께 사이판 여행을 떠난 것이죠. 그런데 도착 첫날에 그런 참변을 당하신 것입니다. 사고가 나자 언론의 관심을 받을 때는 모두가 다 대책마련에 열심이었습니다. 다행히 5명은 경상이었고, 한 분이 하반신 불수가 되었습니다. 바로 박재형씨입니다. 비행기편으로 한국으로 옮겨올 때 여행사는 모든 것을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입국하고 나서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하네요. 이것은 천재지변이니 우리에게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죠. 사이판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요? 자기 나라는 범죄자피해보상제도가 없답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한국만 예외를 둘 수 없다며 보상을 회피한다는 것이죠. 우리 외교부는 법적으로 더이상 도울 길이 없고,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여론을 조성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네요. 이 사실을 안 한사님이 자신이 마중물이 되는 심정으로 40일간 이일에 매달렸고, 지금은 인터넷으로 이분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이 사이판 사건이 일어나기 전 우리 부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제시장에 있는 한 지하 사격장에서 불이나 그곳에 있는 일본 관광개 10명과 한국인직원 1명이 사망했고, 1명은 부상을 입원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자 우리 정부는 정말 신속하게 대응했습니다. 총리가 부산으로 내려와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으며, 부산시는 없는 법도 만들어 유족들과 원만한 합의를 해서 사건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그 덕에 일본에서도 이것을 불행한 한 사건정도로 다루고 이제는 잊혀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일본 관광객이 죽었을 때에는 하루도 안돼 총리가 직접 내려와서 사죄를 하고 없는 법도 만들어 합의를 해서 사건을 해결하던 우리 정부는 어찌된 건지 자국민이 이렇게 다치고, 또 반신불수가 되어 한 가정이 무너져 가는데는 왜 그리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산시도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무관심하고 내 일이 아니라고 뒷짐져 버렸습니다. 하도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니 마지못한 마산 시장님 사건이 터진지 무려 2개월만에 피해자의 병원에 발걸음을 하셨다고 합니다.
사이판여행에서 총격사건으로 병원에서 치료중인 박재형씨 부부
그렇다면 이전에 사이판 정부가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것은 뭐냐고요? 그게 더 가관입니다. 올 해 1월21일 사이판 정부는 피해자에게 공식사과하며, 민간협력을 통해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하겠다는 것은 없었구요. 그런데 알고보니 이게 한국의 연예인들이 사이판을 방문하고자 한 계획을 알고, 이를 잡고자 한 제스츄어에 불과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한국연예인들이 사이판을 방문해서 사이판을 홍보하는 영상을 찍었고, 이것이 방송되었다고 합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그래도 여러 블로그님들이 글을 쓰고 있었고, 그래서 잘 해결되리라 믿었습니다. 그토록 비정한 부모가 우리 정부가 아닐 것이라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 기대를 완전히 져버렸습니다. 사이판에 우리나라 관광객이 연간 1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1달에 1만명 가량이 사이판을 찾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많은 자국민을 보내면서도 이들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이것은 우리 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 백성들은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까?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한사 정덕수님의 그 마중물에 저도 끼이고 싶습니다. 펌프질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 물이 올라오질 않기 때문에 저도 부족한 그 마중물에 들어가려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참석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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