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지만 우리집엔 어린이가 없네요. 어린이가 없는 집의 어린이날 어떻게 보낼까요?
오늘 어린이날.. 그런데 우리집 분위기가 좀 요상합니다.
무려 우리집에 아이들이 넷이나 있지만 그 넷 중에 어린이날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막내가 중3인데, 작년까지는 그래도 어린이라고 떼를 쓰더니 올해는 그러기엔 스스로도 너무 자랐다고 느꼈는지 아무 말이 없네요. ㅎㅎ
이번 어린이날 연휴가 겹쳐 황금연휴다 보니
저도 그렇고 울 아이들도 그렇고 어린이날이지만 모두 꿈나라에 있습니다.
저도 꿈나라에 있어야 하지만 비몽사몽 일단 글 올리고 다시 잘려고 합니다.
울 막내 이번 연휴 정말 계탔다고 해야하나요?
지난 주 월화수 3일간 수학여행 다녀오고,
목요일은 점심 때쯤 학교 가서 오후 일찍 집에 오더니
그때부터 오늘까지 주구장창 열심히 놀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파자마 파티 한다고 친구들과 함께 불밤을 즐겼다네요.
고딩인 울 아들은 완전 반대입니다.
이 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은 심보가 아주 고약합니다.
아이들 쉬는 꼴을 못보는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을 꼭 노는 날 다음 날로 잡아서 아이들 쉬지 못하도록 하네요.
지난 토요일부터 중간고사 시작해서 이번 주 목요일에 마친다고 합니다.
아마 울 아들 시험 때문에 오늘도 학교 가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그리고 둘째는 서울에 있고, 첫째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기에 좀 있으면 소리소문 없이 우리 집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흠~ 작년 어린이날 생각이 나네요.
작년은 참 ㅎㅎ 생각만 해도 재밌습니다. 울 남편이 좀 이상해졌거든요.
이 양반 나이가 오십이 되더니 이제서야 철이 들었는지 아이들 생각을 합니다.
작년 그러니까 2014년의 어린이날..
사실 그 때는 세월호 사건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낼 때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유가족과 슬픔을 같이하고,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TV 앞에서 귀추를 주목하고 있을 때였죠.
그래도 어린이날, 모처럼의 휴일이라 전날에 울 남편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인데 뭐할거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재수생인 울 첫째, 이 날은 오랜만에 친구 만나러 가야 한답니다.
고삼인 둘째, 오랜만의 황금 연휴 친구 만나서 놀다 학원가야 한답니다.
고일인 셋째, 학교 가서 공부해야 한답니다.
중2인 막내, 그래도 가장 어린이에 접근해 있는 우리 막내라 기대했건만 이 녀석도 친구들하고 놀기로 했답니다.
이런 막내까지 .. 어린이날, 황금 연휴에 울 부부 졸지에 아이들에게 왕따 당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어린이날 아침 밝아왔습니다.
울 아이들 연휴라고 마음껏 정말 마음껏 자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하나씩 치장을 하기 시작하더니 집을 빠져 나갑니다.
저도 모처럼의 연휴라 실컷 자고 일어났더니 집이 아주 썰렁합니다.
ㅋㅋ 얼마나 피곤했었는지 저도 아이들이 집을 나갔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꿀잠을 잤네요.
일어나서 방청소 좀 하고 보니 벌써 11시, 남편은 사무실에 가고 없습니다.
남편에게 커피나 한잔 얻어 먹을까 해서 사무실로 갔더니,
이 양반 컴퓨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뭔가 열심히 보네요. ㅎㅎ 혼자 영화보고 있습니다.
저도 그 곁에서 같이 쪼그리고 앉아 함께 봤죠. 그런데 영화가 영 재미가 없네요.
제가 재미 없다니까 울 남편, 그럼 우리 둘이 밥 먹고 영화나 하나 보고 올까 그러네요.
자기가 쏜다구요. ㅎㅎ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렇게 울 부부 외출을 준비했습니다.
"삘리리리 따르릉.."
갑자기 남편 전화 벨소리가 울립니다. 울 막내입니다.
"아빠, 거기 엄마 있지? 배고파..밥 줘"
울 남편 막내 전화를 받자 얼굴이 활짝 펴지네요.
그리고 밥달라는 소리에 너 오늘 친구랑 놀러간다며? 그러자 울 막내 그 친구가 부도냈다며 오늘은 집안에서 딩굴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울 남편 갑자기 막내에게 이럽니다.
"이삐야, 그럼 아빠가 점심 사줄께, 뭐 먹고 싶어? 뭐든 말해봐!"
어쭈 이 양반, 방금 나랑 데이트 하자고 해놓고는 막내에게 밥먹자고 하네요.
그러자 울 막내 파스타가 먹고 싶답니다. 갑자기 울 남편 신이 났습니다.
아니 흥분했다고나 할까요? 어서 챙겨입고 나오라고, 아빠가 파스타 맛있게 하는 집 알고 있다고 막내를 재촉합니다.
이미 남편의 시선에 전 없습니다. 이런 ㅜㅜ
전화를 끊고 울 남편 룰루랄라..저렇게 좋을까요? 저보고 파스타 먹자고 합니다.
헐~ 전 별론데..
조금 있으니 또 남편의 전화가 울립니다. 아들입니다.
"아빠, 방금 제가 듣기로 파스타 먹으러 간다는 이상한 정보가 있던데 사실입니까?"
"너도 갈래?"
"흠 ~ 뭐 저도 오후 세 시까지 학교 가면 되니 아빠가 그리 원하시면 따라야지요."
울 남편 아들의 말에 더욱 신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챙겨입고 나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아들도 간대~' 아주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 누가 보면 아들 딸 하나씩 네 식구가 단란하게 외식을 즐긴다고 하겠죠.
ㅋㅋ 저도 좋네요. ㅎㅎ
원래 전 아이들과 함께 외출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 울 남편도 저랑 단둘이 가는 것보다 아이들이랑 같이 가는게 좋은가 봅니다.
전 이렇게 어린이날, 남편에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ㅎㅎ
식사를 하는데도 울 남편 아이들에게 먹을 거 덜어주고 서비스가 장난 아닙니다.
그런 모습 본 울 아들, 아빠가 좀 흥분했다며 한 마디씩 하네요.
울 남편 그런 말에도 아랑곳 않고 많이 먹으라 하고,
더 먹고 싶은 것 없냐며 연신 싱글벙글입니다.
에구 이 양반아 아이들 어릴 때 좀 더 잘하지..
이제 아이들 다 커가니 아이들하고 함께 있는게 좋고,
또 아이들이 내 품에서 벗어나는게 많이 아쉬운가 보네요. 그건 뭐 저도 그렇구요.
이렇게 어린이가 없는 우리집의 어린이날이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아이가 넷이나 있는데, 어찌 어린이가 하나도 없는 이런 날이 올 줄 누가 알아겠어요?
올해 다시 우리집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날이 왔습니다.
오늘은 어찌될지? 작년과 같은 행운이 다시 찾아올지..
ㅎㅎ 그건 일단 한 숨 자고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아주 해피하고 또 해피한 날이 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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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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