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가에서는 유치원 무상교육을 부르짖는 모습을 간간히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구요. 지금 어린이집에서 유아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그런 무상 교육 또는 유아들의 보육비 지원에 관해서 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금 저는 0세 그러니까 만 1년이 되지 않은 갓난 아이들을 맡아 양육하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아기들을 좋아하기에 어린이집에서 울 아기들을 맡아 키우는 것이 제게는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이런 유아들을 맡아 키우다 보니 한 번씩 회의가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 아이들을 과연 맡아 양육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순간순간 들거든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이들은 3세까지 엄마의 품에서 커야 안정감을 갖고 살아갑니다. 유아 때 엄마에게서 떨어지는 것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공포가 되고, 이것은 커가면서 두고 두고 그 후유증을 겪게 되거든요. 지금은 몰라도 자라면서 후회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품에서 그 미소를 보면서 엄마의 젖을 먹을 때 인생이 행복한 것을 알고, 또 그 마음에 내가 잘 태어났구나 하는 기쁨을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형편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키우게 할 때에도 한 사람이 키워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네요.
울 남편이 제작한 돌앨범입니다.
우리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 중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기는 아이는 하나고, 나머지 셋은 부모가 집에 있으면서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어린이집에 맡깁니다. 저에게 맡겨놓으면 편한 점도 있겠지만 아이를 이 분들보다 먼저 키워본 경험자로서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저만해도 어린이집에서 돌보는 아기가 넷입니다. 이 아기들 0세 때 꼭 해야할 경험은 자기만 사랑해주는 부모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오면 선생님이 넷을 봐야하니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울 아기들 어떻게 하든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엄청나게 머리쓰는 것이 보인답니다. 그럴 때 참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지금 영아들은 경제사정이 차상위 이하면 국가에서 전액 지원을 받는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어린이집에 낼 보육비를 전액 면제받고, 또 정부는 여기에 유아교사의 월급을 전액 지원합니다. 이 두 금액을 합하면 약 80만원 정도가 되는데, 제 생각에 이 금액을 모두 아기 엄마에게 지원해서 아기 엄마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전문직이 아닌 일반 주부가 밖에서 맞벌이로 버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정도 금액이면 맞벌이 나가지 않고 집에서 아기를 키울 수 있는 금액이 아닐까 싶구요. 그리고 국가 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이 범위를 점차 넓혀가는 것이 조금 먼 미래의 우리나라를 위해서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저같은 영아교사들이 일자리를 잃을수도 있고, 줄여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영아들은 교사들 손보다는 엄마 손에서 키워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은 단시간 아기를 돌보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엄마가 급한 볼일이 있던가 아님 한 번씩 여가생활을 위해 개인 시간이 필요할 때 잠시 맡기는 탁아시설로 전환하고, 정부가 이를 운영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요즘 국가 경쟁력, 인재 양성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이런 말 싫습니다. 자꾸 사람을 자연인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 만들고, 또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자유와 행복을 빼앗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면 영아 때부터 이 나라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커온 아이들이 더 훌륭한 인재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 아기들이 그렇게 커갈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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