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딸 중3 때의 일입니다. 이번이 중학교 마지막 시험이라며 갑자기 제게 제안을 하나 하더군요. 웬 제안이냐고 하니, 지난 중간고사 때 친구엄마들이 시험을 두고 여러가지를 걸었다며, 제게도 그렇게 한 번 걸어보라는 것입니니다.
"엄마, 수아엄마는 이번에 전교 50에 들면 쌍수(쌍커풀) 해준다고 그랬데요. 그래서 108등이나 올랐는데, 아깝게 8등 모지라요. 그래도 엄마가 기분이 좋아서 맛있는 피자를 사주셔서 저도 같이 먹었어요. 그리고, 미엄마는 전교 10안에 들면 돈 백만원 준다고 그랬데요. 그래서 받았데요. 그리고 진이는 꿈이 가수인데, 10등안에 들면 가수의 꿈을 인정해 준다고 그랬데요. 그런데 2등 모자라요. 너무 안타까워요. 친구들도 다 안타까워 했어요....."
수다장이 우리 큰 딸 친구들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그런데 피자, 쌍꺼풀 정도까지는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돈 백만원 이야기가 나오니 살짝 머리가 아파지네요. 뭔 돈이 넘쳐나서 애한테 백만원을 주냐? 중학생이 그 돈 가지고 어디에 쓸려고? 살짝 화가 나려고까지 하는데, 우리 딸 그런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나 보네요. 그래서 자기도 이제 마지막 시험, 제대로 실력발휘를 해보고 싶다며 제안을 걸어온 것입니다.
"엄마, 내가 중3 마지막 기말고사에 공부 한번 열심히 해볼테니까, 돈 좀 걸어줘요. 옷사게."
우리 딸,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게 꿈이라 돈만 모이면 인터넷 쇼핑몰, 구제시장 등등 여러 곳에서 옷 쇼핑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인터넷 중고장터에서도 아주 활발하게 거래를 하더군요. 덕분에 택배기사가 우리 집 주소가 찍힌 택배거래장을 한 뭉치 놓고 갔습니다. 제가 주는 용돈 빤한데 그거 이리저리 모으고, 또 생일이나 명절 때 친척들에게서 받은 돈 잘 모아뒀다가 이런 식으로 옷을 구입하네요. 또 좀 입다가 싫증나면 판매도 하구요. 우리 아이 최우선 관심은 옷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옷사게 투자하라는 것이죠.
잠시 몇초간 생각이 오갔습니다. 그리고는 이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울 큰 딸 월-금 까지 학교 갔다오면 밥먹고 패션학원 갔다오면 10시가 넘습니다. 갔다오면 지치지만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니 밀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 몇 등에 얼마 걸면 되겠니?"
그래서 서로 합의 끝에 전교 상위 10%에 10만원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돈의 위력은 대단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네요. 그리고 마침내 시험날이 되고, 딸은 화이팅을 외치며 학교로 갔습니다. 그런데 저만 투자할 수 있나요? 10만원 중 절반은 남편이 부담하게 했습니다. 남편도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ㅎㅎ
우리 딸 가뿐하게 상금을 타가더군요.
사실 우리집에 10만원은 아주 큰 돈입니다. 울 큰 딸에게 처음으로 큰 돈을 건 셈이지요. 언제 제대로 옷사라고 돈을 준 적도 없기에 옷사준다 생각하고 건 것입니다. 이번달 생계에 아무래도 타격이 큽니다.
그런데, 울 둘째 언니에게 질세라 우리 둘째도 돈을 걸어 달랍니다. 어떡합니까? 할 수 없이 걸었지요. 역시 전교10%에 10만원을 걸었습니다. 우리집에서 젤 공부하기 싫어하는 우리 둘째, 열심히도 하네요.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시험시작입니다. 이번 달 생계비는 휘청거리겠지만 언니처럼 우리 둘째도 엄마돈을 타가면 좋겠네요. ㅎㅎ
울 둘째 떨지 않고 잘 칠 수 있게 응원 부탁드립니다. ^^
by 우리밀맘마 저의 동맹블로그 레몬박기자 오늘의 사진 바로가기 ☞클릭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추천 하트 한 번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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