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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사는 고모를 만나려니 그저 무섭기만 하는 이유

이런 인생 저런 삶

by 우리밀맘마 2013. 2. 2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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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처음 찾은 아빠 산소, 그리고 고모와의 만남

전 고모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습니다. 시누이와 올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는지 엄마는 한 번씩 고모들에 대해
성격이 사납다, 엄마를 힘들게 하였다, 무섭다는 식으로 말씀하셨거든요. 고모들 덕에 시집살이를 톡톡히 치룬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고모를 생각하거나 대할 때 긴장을 한답니다. 조심해야지..

남편이 쉬는 날을 택해 1박2일로 목포에 있는 아빠 산소에 가자고 합니다.  길치인 저는 안타깝게도  아빠 산소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가려면 오빠나 언니들과 같이 가야하는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이제까지 왔네요. 먼저 언니와 오빠에게 도움을 구하니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포에 사는 큰고모에게 부탁을 했더니 칠순이 되신 큰고모는 몸이 편찮으셔서 힘들다고 하시고, 그래서 둘째 고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 그래 와라. 내일 목포에 약속이 있어서 있을테니까 목포에 도착하면 전화해라."

시원하게 말씀해주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실 고모를 만나는 것이 겁이 납니다. 가운데고모가 성격이 제일 무섭다고 합니다. 항상 언니와 오빠, 엄마가 계실 때 고모를 뵈었고 인사정도가 다였기 때문에, 단둘이서 만나 얘기해 본 기억이 없어 더 겁이 나네요. 그래서 기도를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주님,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되게 해주세요.'


목포에 도착했고 고모를 만났습니다. 화통한 성격의 고모 우릴  반갑게 맞아주시네요. 저희는 산소부터 가고 싶었는데, 근처에 유달산이 있으니 잠시 둘러서 가자시며 저희 관광도 시켜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십니다. 



그리고 아빠 산소를 찾았습니다. 참 만감이 교차하네요. 제가 8살에  제 곁을 떠난 아빠를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 옵니다.  절 이뻐해주신 기억도 떠오르고, 너무 늦게 찾아와서 너무 미안하기도 합니다. 해가 서산에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그렇게 산소를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고모와 함께 해남 고모집으로 갔습니다.  저는 그저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이런저런 아주 솔직한 말씀들을 하십니다.

"나는 결혼시키면 내 고생은 다한 건지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더 힘들더라. 첫째는 남편이 사업이 잘 안되서 서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식당을 해. 내가 작년엔 김치 600포기를 담아 줬다. 2년 됐는데,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 잘 된단다. 그게 내덕도 조금 있다고 내가 얘기를 하지."
 
"김치값은 좀 주나요."

"김치값은 무슨..."

"아마, 잘되면 그전꺼 까지 다 쳐주겠죠. ㅎㅎㅎ."


" 울 둘째는 어쩌고... 울 셋째는 기러기가족..... 그래도 딸들은 다 괜찮아. 이제 그래도 잘 사는편이지. 울 넷째 막내 아들이 문제지."

그러면서 막내로 인해 마음 고생 하신 이야기를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 결혼해서 가정 잘 지키고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이 효도야. 다른 것은 아무 필요없어. 아이들 눈빛만 봐도 둘 사이가 어떤지 다 알수 있잖아? 딸집에 갔다가 둘의 눈빛이 좋지 않으면 내가 아주 불편해 죽겠어. 어서 집에 가고 싶지. 하지만 서로 눈빛이 좋으면 내가 아주 기뻐. 그게 효도야. 그게 효도지."

 그렇게 고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집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고모 정말 멋진 집에 삽니다. 사진보여 드릴께요. ㅎㅎ 혹 해남에서 가족 여행이나 좋은 추억을 갖고 싶으시다면 팬션으로 빌려주기도 하신답니다. (글 아래 연락처를 남겨 드릴께요. 혹 우리밀맘마 소개로 연락한다면 못알아 들으시니 부산에 있는 조카 소개라고 하세요.)




저녁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고모부 부루퉁해 보이십니다.

"얘들이 늦게 도착해서 그래~. 아이들 왔으니까 인사나 먼저 받아."

부루퉁해 있는 남편에게 그래도 싹싹하게 말을 잘 하시네요. 저흴 보시더니 고모부 표정도 달라지십니다. 울 고모 음식솜씨가 좋거든요. 20분도 안되어 후닥닥 저녁준비를 하셨는데, 이거 상차림이 대단합니다. 사진으로 찍어둘 걸 후회가 되네요. 생새우무침, 소라고동무침, 꽃게장, 무우말랭이, 비돔구이, 달걀후라이, 달걀조림,김,청국장... 해산물은 고모부가 직접 잡아 온 것들이라 완전 자연산입니다. 얼마나 싱싱하고 맛이 있는지. 처음에는 밥그릇에 담겨진 밥을 보고 저걸 어떻게 먹나 했는데, 울 남편 제 눈치를 슬슬보더니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웁니다. 사위 밥잘 먹으면 사랑받는다고 하더니, 고모와 고모부 남편이 이뻐 죽겠답니다. ㅎㅎ

"그래도, 이 양반이 사람들 살지 않는 여기서 살자고 했지만, 여기 생새우, 소라, 꽃게, 비돔... 다 직접 잡은거야. 그래도 이런 것들을 잡아주니 내가 살지."

우리 고모부 비록 아직도 간 큰 남자처럼 아내를 조금은 힘들게 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주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사실 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부부로 함께 사는 모습이 많이 부럽답니다. 울 엄마가 혼자셔서 더 그런가봐요.

"살다보면 이런저런 풍파가 누구나 다 있는 것 같아, 그것을 좋게 생각하고 잘 겪고 나니 좋은 날도 이렇게 있네. 어떻게 잘 겪어내는지가 문제이지."

고모의 말이 그냥 들리지가 않습니다. 인생의 모진 풍파 다 겪어내고 지금은 웃을 수 있는 연륜에서 나오는 말씀이죠. 잊지 못할 정말 맛난 저녁. 자고 가라는 말씀을 뒤로 하고 저희를 위해 준비해 주신 고구마 한 포대와 유정란 열댓개를 받아 길을 나섰습니다.
 
정말 괜히 무서워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잘해주시고, 좋은 데요.  엄마와는 시누이와 올케 사이가 되어 힘들었던 것인데 말이죠. 제가 얼마나 감사하고 죄송하던지요. 정말 따뜻한 고모의 맛을, 그리고 사랑이 많은 엄마의 맛을 보고 왔답니다.  ^^ 



식사도 원하신다면 해주신답니다. 식당에서는 맛볼수 없는 맛난 반찬들을 드실 수 있답니다. 여기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 061) 533-1916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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