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문 기사 제목만 보면 정말 심각하다 싶은 기사가 났습니다. '서울신문'과 '진학사'가 전국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한국전쟁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한국전쟁은 북침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무려 69%였다고 한 것입니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는 민족의 혼인데 이것은 아주 심각한 역사 왜곡이며, 이렇게 된 원인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잘못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좌시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하네요.
저도 이 기사 제목을 봤을 때, 우리 아이들의 역사의식이 이 정도일까? 사실이면 정말 심각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좀 자세히 읽어보니 설문조사의 항목이 문제가 있었더군요. 이번 설문 조사에서 문제가 된 항목을 보니 다른 설명 없이 대뜸 "한국전쟁은 북침인가? 남침인가?" 라는 것이었고, 아이들은 이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를 헷갈렸다고 합니다. 북침과 남침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것이죠. 이 질문을 "한국전쟁은 북한이 일으킨 것인가 아니면 남한이 일으킨 것인가?" 라고 물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 이 설문조사를 한 서울신문도 질문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설문에 참가한 학생들은 북침은 북한의 침략전쟁, 남침은 남한의 침략전쟁 준말로 이해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도 말뜻을 착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2004년에 교과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전쟁은 북한이 도발하여 남침한 전쟁이라고 대답한 수가 99.3% 였다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단어의 뜻을 혼동했다는 말이 사실일 것 같습니다.
부산 민주화공원 현충탑에 있는 조각물.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받친 순국영령들에게 머리숙여 감사합니다.
그런데 궁금하더군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그래서 문제가 된 이 질문 그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질문했습니다. 먼저 셋째인 아들, 지금 중3입니다.
"아들, 한국전쟁은 북침이야 남침이야?"
난데 없는 저의 질문에 울 아들 표정, 어찌 이런 것도 질문이라고 하는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그야 당연 북침이지."
헐~ 일단 두고, 핸폰으로 딴짓하고 있는 고2 둘째에게 물었습니다.
"희야, 한국전쟁은 북침이야 남침이야?"
그랬더니 울 둘째의 대답
"육이오전쟁 말하는 거지? 당연 북침이지."
어걱~ 이럴수가.. 마지막으로 열심히 친구와 카톡삼매경에 빠져있는 중1인 막내에게 물었습니다.
"엄마는? 당연히 북침이지. 그것도 몰라?"
아이구야..우리집 아이들은 100%가 한국전쟁은 북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왜 북침이냐고 물었더니 셋 다 똑같은 대답을 합니다.
"한국전쟁은 북한이 도발하여 일으킨 전쟁이잖아. 그러니 당연 북침이지."
북한이 일으킨 전쟁 그러니까 당연히 북침이다. 위 설문조사의 결과를 분석한 이들이 학생들이 질문의 뜻을 헷갈렸을 수 있다는 주장이 신뢰가 가는 순간입니다. 제가 그렇게 대답하는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것이니까 남침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울 아이들 잠깐 생각하더니 엄마 말도 맞다고 쿨하게 인정합니다.
말이라고 하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르기에 좀 더 정확한 의미가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울 아이들을 역사의식이 없다고 치부해버리고, 그렇게 교육한 역사선생님들을 한 순간에 매도해버린 대통령의 처사는 너무 성급하고, 무책임하게 보이네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