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사의 품격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지난 방송을 시간 나는대로 보다가 요즘은 본방 사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재미는 있는데, 왜 이리 짜증이 나죠? 드라마를 보다가
"아 나~ 이 프로 별로거든"
그러면서 채널을 돌리려고 하면 곁에서 보던 울 아이들 난리가 납니다. 재미는 있는데, 볼수록 계속 불편해지는 이유가 뭘까요? 그저 드라마일 뿐인데..그렇게 생각하고 그저 그 재미에 빠지면 좋을텐데, 신사의 품격은 그저 드라마의 재미에만 빠지지 못하게 하는, 아니 드라마를 통해 뭔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날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까? 제 나름대로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첫째, 잘 난 남자들 그러면 다 용서가 되나?
예전에 이쁘면 다 용서가 된다는 유행어 비슷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쁜 여자를 선호하는 남자들의 불편한 진실을 대변하는 말이죠. 그런데 이것이 이제는 돈많고 잘생긴 남자, 다 용서가 되나?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이 극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 40대 초반이면서 아직 미혼들입니다. 자신들의 재력과 직업 그리고 미모를 앞세워 닥치는대로 작업을 걸고, 그렇게 걸려든 여자들과 섬씽을 만드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 반듯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스스로도 우린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 극에서는 그들이 저지르는 짓이 모두 미화되어지고, 이해되어지는 행위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만일 울 남편이 내 애인이 이런다면 어떨까요? 결코 웃고 넘어갈 수 있을 수 없겠죠. 현실은 이리 불편한데 극에서는 이걸 매력적이라고 자꾸 강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남자들의 이야기 재미는 있지만 그 재미 속에 갑갑한 현실이 느껴지는 것이죠. 만일 울 아들이 이리 산다? 솔직히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돈많은 이여인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 남편의 작은 관심과 사랑..
둘째, 돈이 있어야 소통이 되는 불편한 진실
15화에는 학교에서 짱으로 있는 녀석, 그리고 그 얘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범생이, 그런 속에서 그 범생이의 엄마가 찾아와 아이의 뺨을 때리고 여기에 변호사를 대동해 고소까지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있지만 전혀 소통은 되지 않고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과 배려는 전혀 없는 모습입니다. 범생이를 괴롭히는 불량아는 서선생님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범생이를 괴롭히는 것이 용납되듯 그려지고, 그런 아들을 보다못한 엄마는 그 아이를 자신이 갖고 있는 재력과 권력으로 폭력으로 되갚습니다. 선생님이 사과하러가고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만 이들 간에는 전혀 소통이 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막힌 담을 풀어주는 존재가 나옵니다. 바로 박남숙이죠. 청담동에서 엄청난 재력을 소유하고 있는 이 아줌마, 그렇게 굳게 걸어잠근 문을 열게 하고, 꼬여 있는 문제를 한 순간에 다 풀어버립니다. 사람이 아니라 돈이 문제를 풀어냅니다. 돈으로 대화가 되고 돈으로 인간관계가 맺고 끊어지고 돈으로 사랑도 살려고 하는 솔직히 부정하고 싶고 비판하고 싶지만 우리 사회가 이미 그리되고 있고, 이런 장면이 이해가 되는 우리의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셋째, 과연 우리는 감동하는 영혼인가?
극 중에서 제가 제일 대단하게 생각한 건 홍프로와 박남숙의 대화입니다. 서로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또 그렇게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줍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상대를 아프게 하려고 한 말인데, 그 말을 받은 둘의 마음은 이미 사막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찔러봐야 모래만 파이는 메마른 영혼의 소유자들. 절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고, 자신의 솔직함과 자신의 감정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들이 웁니다. 그런데 그녀들의 그런 울음에 인생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린 대체 뭘 얻고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까요?
신사의 품격, 볼 때마다 재밌고 신선하고 가슴설레게 하긴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가슴 따뜻함이 느껴지질 않네요. 웬지 그 무대가 황량한 사막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느낌인가요?
|
by우리밀맘마
↘드라마 마의 숙휘공주의 고백장면을 당혹케 만든 억지 설정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