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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엄마의 건강염려증 이를 이용한 약장수의 상술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1. 11. 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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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희 친정 엄마 우리 집에 모실 때 제 오빠와 저 그리고 남편 모두 엄마 집을 정리하다 경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엄마 집에 쌓여 있는 엄청난 약상자들과 의료기기들 때문이었죠. 의료기기는 전열침대는 기본이고 허리보조기에 찜질기, 적외선 치료기, 발맛사지기에 코안 레이저치료기까지 정말 없는 것이 없더군요.

건강보조식품으로는 홍삼정과 스쿠알렌, 남자가 먹으면 좋다는 산수유에 각종 종합 비타민제, 오메가 3 등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습니다. 김치냉장고에 딴 건 없고 이 건강보조식품만 한가득 있고, 옷장을 열어보니 마찬가지더군요. 표지에 있는 가격을 대충 환산해보니 수백만원이 넘었습니다. 이 중에는 아직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도 있더군요. 그래서 회사에 전화해서 몇 개는 반품하고, 어떤 것은 정산을 해주었습니다.

도대체 벌이도 없는 분이 무슨 돈으로 이 많은 걸 구입했는지 모르겠더군요. 이걸 어떻게 처분하지? 오빠와 저 이렇게 고민하는데, 울 남편에 인터넷으로 판매해보겠다고 해서 일단 집으로 모두 가져왔습니다. 그 중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좀 나누어 먹고, 이웃에 필요한 분들에게 인심도 쓰고 했는데도 남은 것인 십여박스나 되네요. 그런데 울 엄니 더이상 못가지고 가게 하네요. 이거 다 엄마가 먹어야 하는 거라구요. 

첨엔 세상물정 모르는 노인네 어떻게 장사꾼들에게 속아서 이렇게 되었구나 했는데, 함께 살면서 왜 이렇게 많이 구입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바로 엄마의 건강염려증 때문이었습니다. 얼마전 포스팅한 글 중에 엄마가 신부전증 걸렸다며 병원가자고 절 괴롭힌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습니다. 

[알콩달콩 우리집] - 날 미치게 만드는 울 엄마의 뻔한 거짓말
 
그런데 이 글 댓글에 어떤 분이 건강염려증이 아닐까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엄마의 증세를 아는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아마 건강염려증이 맞을 것 같다고 하면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주시더라구요.


건강염려증

다음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건강염려증은 자신이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는 믿음이나 걸릴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지나치게 염려하고 병에 집착하는 질병으로 신체형 장애에 속한 질병이라고 합니다. 이런 질병에 대한 집착과 걱정으로 환자는 정상적인 신체 증상마저도 병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적 직업적 활동에 지장이 생깁니다. 병에 집착하여 여러 병원을 찾아 다니면서 재검사를 요구하며 의사가 신체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말해 주어도 신체 이상에 대한 염려와 집착을 포기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울 엄마 얼마 전까지 신부전증이 아닐까 내내 걱정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병원에 약타러 가야 했기에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의사를 진료를 받았고, 남편이 어머니가 신부전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 걱정하신다고 말씀드렸답니다. 그랬더니 의사가 지난 번 어머니께서 신장 등 종합검사를 받는 기록이 있어 보여주시는데, 어머니 신장은 의사보다 좋고, 이 상태라면 100세까지도 무난하게 사실 거라고 하시네요. 그 말을 들은 엄니 표정이 급 환해지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또 신부전증 이야길 하시네요. 헐~~

그런데 울 엄마의 이런 증세를 보니 집에 있는 엄청난 양의 약들이 왜 있게 되었는가 이해가 가더군요. 집에 혼자 계시니까 심심해서 동네 나들이를 하는데, 동네 할머니들 함께 뭉쳐 가는 곳이 건강보조기 판매하는 곳입니다. 공짜로 안마도 해주고, 때로는 선물도 주고, 밥도 주고 하니까 편하게 다니다가 어느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고, 또 건강염려증세까지 있으니 거기서 이런 저런 질병 소개하면 마치 자신이 그런 것 같은 마음이 들게 되고, 거기서 권하는 제품들을 하나씩 구입하게 되는 것이죠.

또 전화 상담원들이 전화를 해서 노령에 이런 질병 많이 드는데, 이거 먹으면 좋다고 선전하면 정말 자기가 그런 증세를 앓고 있는 것 같거나 아니면 그런 질병을 앓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되어서 전화 오는 족족 사게 되었던 것이죠. 저도 사실 이런 상담원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데 얼마나 짜증스러운지..제 전화는 어떻게 알았는지..왜 이런 쓸데 없는 소모적인 일을 하는지 생각했는데, 울 엄마를 생각해보니 그렇지가 않네요.

오늘도 울 엄니, 방에 들어가 보니 곁에 재어 놓은 약 하나씩 열심히 드시고 계십니다. 엄니 덕분에 우리도 아침에 비타민제 한 알씩 먹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래도 구입한 제품들이 대부분 유명회사 제품이라 좀은 안심이 되네요.

엄마,그거 드시고 제발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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