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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친정엄마의 고함소리에 가슴이 짠해진 사연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1. 11. 2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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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계속 우리집에 오신 엄마의 이야기를 많이 쓰게 되네요. 울 엄니 남편 잃고서 거의 30년을 독신으로 살아오셨습니다. 우릴 키우기 위해 엄마의 젊음을 희생하신 것이죠.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신 후 교회도 제가 다니는 교회로 옮기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 할아버지들, 울 엄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 뭐랄까요? 제가 곁에 있는데도 작업성 멘트와 행동들을 하십니다. 그만큼 이쁘십니다. ㅎㅎ 아마 제가 엄마 덕을 많이 봤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상처를 하신 후 선이 참 많이 들어왔지만 우리 다섯 남매 때문에 다 거절하고, 혼자서 그렇게 기를 쓰고 저희를 키우신 것이죠. 그 고생 끝에 지금은 치매를 앓으신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노년에라도 자식들 공경 받으며 행복하셔야 하는데..

울 엄마 저녁 8시만 되면 잠이 듭니다. 대박이와 이삐 둘과 함께 방에 들어가셔서는 코까지 골면서 주무십니다. 그렇게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면 제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잘 모셨구나 그런 생각이 들구요. 또 우리 형편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혼자 사시게 해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 방에서 "떽 ~ 뭐하는 짓이여"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린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지만 요즘 인기절정인 "뿌리깊은 나무"는 꼭 보거든요. 한참 드라마에 빠져 있는데, 엄마의 고함소리에 너무 놀라서 엄마 방문을 열었습니다.

"엄마 무슨 일인다요?"

저는 급하면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나옵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데, 이상하게 엄마랑 이야기만 하면 전라도 사투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튀어납니다. 그렇게 방문을 열어보니, 울 엄니 분기탱천하여 대박이와 이삐 부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대박이와 이삐 부부는 구석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슬그머니 엄마 눈치를 보고 있네요.

"저것들이 자면서야, 둘이 쪽쪽 빨고  말이 아니어라. 시끄러워 당췌 잠을 잘 수 있어야제?"

입술까지 파르르 떨며 분노하는 엄마,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두 강아지 부부 엄마가 자는 틈에 몰래 애정행각을 벌인 것입니다. 뽀뽀하고, 엉덩이 핥아주고 아주 분위기 좋게 진도가 잘 나가 마침내는 거시기하는 것 까지 이르렀는데, 그것이 울 엄니 레이더에 딱 걸린 것이죠. 자다보니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떠보니 두 부부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자 화가 나서 소리를 친 것입니다.

"이것들이 뭐하는 짓거리여? 어여 떨어지지 못해~"

그래서 울 대박이 부부, 구석에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엄마 눈치를 슬슬 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속으로 이랬을 겁니다.

"왜 이래요 엄니, 우린 부부랑께요."



대박이 부부

베란다에서 가을볕을 즐기는 대박이 부부랍니다.




ㅋㅋㅋ 울 엄니 혼자 사시다 보니 사이좋은 부부를 보면 좀 눈꼴시러 하는 것 같습니다. 키우는 개 부부의 애정행각도 참아줄 수 없네요. 그래서 울 부부도 좀 조심합니다. 뽀뽀도 엄마가 볼 수 없는 구석진 곳에서 해야하고, 스킨십도 자제해야 하고..에구 좀 불편하네요. ㅎ 엄마랑 저녁에 집근처 강변 산책길을 따라 운동을 하는데, 꼭 그 시간에 나오는 노부부가 계십니다. 두 어르신이 손을 꼭 잡고 강길을 따라 걸어가시는데, 뒤에서 보면 정말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 부부도 저렇게 늙어가야지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데, 갑자기 울 엄니 불평섞인 한 마디가 들려옵니다. 

"어찌 저런다냐? 남사스럽게..동네 사람들 다 보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울 엄니 심술 백단입니다. 한편 이해는 가지만 좀 안타깝기도 하구요. 어디 좋은 노인대학에 보내면 거기서 젠틀한 할아버지 만나 연애라도 하실런지. ㅎㅎ 그런데 울 교회 할아버지들은 모두 할머니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계신데도 어찌 그렇게 작업을 거시는지 모르겠네요. 울 엄마 마음에 꼭 드는 젠틀한 홀아비 할아버지 교회에 오시도록 기도해야 할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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