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절이 가까워 오니 또 제사문제로 인한 신앙갈등으로 많은 분들이 고초를 겪을 것 같습니다. 철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각 가정마다 갖는 사정이 다르다보니 별 뾰족한 수 없이 또 그런 갈등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 가정의 이야기가 좀 도움이 될까 싶어 조심스레 글을 올립니다. 저나 울 남편은 둘 다 기독교인이었지만, 두 가정 모두 기독교가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부모님께서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할 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예전에 자신이 어렸을 때에는 그저 자신의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모님과 때로는 대립도 하고 많이 싸웠고, 그 때문에 핍박도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는 좀 과잉적인 반응을 해서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앙이 좀 더 깊어가니까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대처하는 태도도 부드러워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남편이 부드럽게 대하고, 또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니까 부모님이 감동을 받으셨고, 마침내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남편 자랑이지만 울 남편 정말 효자거든요. 그 때문에 제가 결혼초에 엄청 애먹기도 했습니다만 ㅎㅎ ..
결혼 초에 저도 제사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신혼 때 시집에 가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분위기 적응이 안되어서 넘 힘들었거든요. 어쩌다가 제사 문제로 신앙적인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건 기독교 신앙과 맞지 않고, 또 계명에 어긋나는 행위니까 우리 결단하고 하지 말자고 했더니, 울 남편,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아무리 말씀드려도 듣지 않으실 것인데, 그렇다고 좋은 날에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우는 것도 계명에 맞는 것이 아니질 않느냐? 그리고 그것 때문에 가족 간에 의절한다면 그것도 신앙인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 아니겠느냐? 서로 조금씩 양보하도록 노력해보자 그러더군요.
함께 모여 가정예배 드리는 모습
아직 시부모님이 신앙을 가지지 않으셨을 때, 한 날 남편이 부모님께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버지, 솔직히 저 제사지낼 때마다 마음에 갈등이 많습니다. 저는 제사 때에 이렇게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또 이전 조상님들의 은덕을 기리는 것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예식이 유교식이고, 이건 제 신앙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제 식대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대신 제사에 빠지거나 소홀히 하지는 않겠습니다."
남편의 말에 부모님도 쾌히 승락하셨습니다. 남편 성격을 아는지라 안된다고 해봐야 서로 갈등만 겪을 것이 뻔하기에 부모가 좀 더 큰 마음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 양보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서로 조금씩 양보하니까 제사 때 신앙 문제로 갈등을 겪진 않았습니다.
제사 때가 되면 전 일찍 시댁에 가서 음식장만이니 이런 준비를 열심히 했고, 또 남편은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열심히 돕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과 시동생이 제사지낼 때 곁에서 훈수도 들고, 거들어 주기도 합니다. 음복하거나 절할 때는 곁에서 기도하구요. 조상님께 술한잔 올리라고 아버님이 말씀하시면 군말 않고 시키는 대로 합니다. 그리고 절할 때가 되면 아버님께서 너는 거기서 기도나 해라 그러십니다. 그렇게 꽤 오랜시간을 보내다가 이젠 부모님과 형제들도 모두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요즘은 더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ㅎㅎ 일단 제사상은 차립니다. 울 시부모님 모두 지금 교회 집사이지만 평생을 해오던 관습을 쉽게 바꾸긴 힘이 드셨나 봅니다. 그래서 상은 차려놓고, 밥과 술을 올려드립니다.그리고 그 앞에서 기독교식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또 이렇게 하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아버님이 가문의 어른이라 제사 때가 되면 각지에서 친척분들이 오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분들은 당연히 이 날 제사드리러 왔는데, 우리끼리 예배드리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한 두번 오시다가 아예 발을 끊게되면 친척 간에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을 차려놓고 그분들이 오시면 먼저 제사를 드리게 합니다. 그런 후에 예배를 드리죠. 에배를 드릴 때 같이 참석해주시는 분도 있고, 잠시 밖에 나갔다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요즘은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의 가지수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식구들이 잘 먹지 않는 것은 올리지 않구요. 시간도 자유로워졌습니다. 시간도 가족들이 다 모일 수 있는 시간대를 택해 모입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아이들이 좋아하구요.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의 처지를 배려하면 좋은 일이 더 좋은 일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 맞으세요.(*)
* 전 댓글을 닫아두진 않습니다. 그런데 한 번씩 아주 무례한 분들이 계시더군요.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함부로 욕하고 비방하지는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비판을 하시더라도 저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분들이 읽는다는 생각을 해주시고,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자신의 입장을 정중하게 적어주시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