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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등산을 시작한 아들 도대체 산에서 뭘 봤길래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6.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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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 남편도 중년기의 건강이 걱정이 되나 봅니다. 제가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체중은 자꾸 늘어나더니 이젠 스스로도 걱정이 되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몇 주 전부터 집 뒷산을 매일 등산하기 시작하더군요. 이곳으로 이사와서 얻은 좋은 환경 중 하나가 공기가 맑다는 것과 이렇게 좋은 등산 코스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집 뒷산은 동네 등산객들이 참 많이 사랑하는 곳입니다. 산 정상까지 오르면 거의 한 시간 정도가 걸리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고, 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더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등정 코스도 경부고속도 지명을 따라 대구 대전 서울 찍고 내려온다고 합니다. 대구까지 20분, 대전까지 20분 더, 그리고 서울까지 올라가면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대전에 가면 벤치와 각종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대부분 대전에 운동하고 내려온다고 합니다.

울 남편 몇 일 혼자 다니더니 심심했는지 아들을 꼬십니다.

"뚱아, 아빠랑 매일 등산하지 않을래? 건강에도 좋고, 가보면 정말 괜찮다."

울 아들도 요즘 체력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예상외로 아주 쿨하게 대답합니다.

"네, 아빠 학교 마친 후 아빠 사무실로 갈께요."

그리고 다음 날부터 울 집의 두 남자 등산을 하기 시작하네요. 첫 날 등산 다녀온 아들, 온 만신이 쑤신다고 엄살을 피웁니다. 그래도 다음 날 또 가더군요. 그리고 셋째날 제가 따라가겠다고 은근히 아들을 떠 봤습니다. 그런데 울 아들, 안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아빠에게 물어보랍니다. 제가 남편에게 전화로 물어봤더니 울 남편.

"어허~ 때로는 남자들끼리 해야할 일도 있는거야"

그러면서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괘심한 ~~~ 솔직히 저도 일이 고되서 갈 맘은 없었는데,이렇게 매를 버는 말을 하니 어쩌겠습니까? 마음에 앙심을 품게 만드네요. ㅎㅎ 두 남자 좀 있다 보자~~

어김없이 한 시간이 지난 뒤 두 남자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집으로 들어오는 울 아들 눈이 반짝반짝, 산에서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한 모양입니다. 들어서자 마자 수다를 떨기 시작하네요.



다람쥐

울 아들이 산에서 본 야생다람쥐입니다. 귀엽죠?




"엄마, 오늘 제가 처음으로 다람쥐를 봤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요. 정말 귀엽게 생겼데요. 와 정말 동물원 말고 야생 다람쥐 오늘 처음봤어요. 그렇게 귀여울 수가~~"

그렇게 시작한 수다가 끝이 없네요.

"엄마, 청개구리도 봤는데 정말 색깔이 완전 초록색인 거 있죠, 조그만한게 넘 귀여웠어요. 그리고 뱀도 봤어요. 요만한 게 바로 우리 눈앞에서 쉬리릭 거리며 풀숲으로 사라지는데.. 어휴 섬뜩하데요. 그런데 좀 아쉬웠어요. 지나가는 뱀 말고 눈을 부라리는 뱀을 똑바로 보면 좋았을텐데..그리고요.."

울 아들의 수다에 저도 서서히 동화되기 시작하더니, 조금 전까지 오기만 해봐라 하던 복수심이 슬거머니 자취를 감추고 울 아들의 수다에 넋을 놓기 시작합니다. 간간히 추임새도 넣어주고 그러니 울 아들 더 신이나서 열심히 떠들어대네요.



강아지

울 남편만 보면 죽어라 짓어댄다는 개





"엄마 우리 산에 대구 대전 서울 그렇게 코스가 있는데, 대구에 가면 개들이 열마리 이상 있어요. 그런데 그 중한 한 놈은 아빠만 보면 기를 쓰고 짖어요. 아빠가 다가가면 바로 개집으로 들어가서 숨는 겁쟁인데, 개집에 들어가서도 아빠를 노려보고 짖어대요. 신기하죠? 아빠가 미운털이 완전 박혔나봐요. 나보고는 그렇게 안짖는데 ㅎㅎ 그리고 닥스훈트 같이 다리가 짧은 개가 있는데 완전 귀여워요. 다른 개는 다 묶여 있는데 이 놈만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든요. 제가 올라가면 슬며시 다가오다가 제가 손을 내밀면 달아나버려요. 내일은 또 뭘보게 될지.. 진짜 등산 재밌네요. 엄마도 같이 가면 좋은텐데.. 내일은 엄마도 같이가요."


"내일은 같이 가요" 그 한 마디에 제 마음은 눈녹듯 녹아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말을 듣다보니 울 아이들 제대로 자연을 즐길 기회가 없었네요. 야생 다람쥐를 처음 봤다는 말에 충격 먹었습니다. 우리가 그만큼 아이들을 자연 속으로 데려오질 않았구나. 자책감도 들구요. 몇 년 전에 성묘하러 갔다가 메뚜기를 잡으면서 얼마나 신기해하는지.. 있잖아요. 도시 아이들이 시골에 가서 나락이 여무는 것을 보고는 "와 쌀나무다"라고 했다는데, 울 아들이 벼를 보고 "쌀나무"라고 하더군요. 에구... 우리 아이들 좀 더 자연과 벗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젠 신경을 좀 더 쓰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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