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체질적인 것도 있고, 별로 안좋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어서 그런지 남편이 커피를 타 달라고 해도 다른 차를 마시라고 권하기도 하죠. 울 남편은 커피 매니아입니다. 하루에 석 잔은 꼭 마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울 남편과 저 이 부분도 맞질 않네요. 도대체 남편과 제가 궁합이 맞는 것은 어는 것인지..어떻게 이러고도 20년을 함께 살아왔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ㅎㅎ
제가 커피에 대해 질색을 하게 된 건 또 신혼 초의 경험이 한 몫을 했습니다. 울 첫째 우가가 어린 시절 시댁에서 얼마간을 키웠는데, 울 아버님 아기를 넘 사랑해서 하여간 뭔든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시는 겁니다. 당시엔 부자집이 아니면 먹기 어려운 바나나며 오렌지 이런 것을 매일 사다와서 갈아 먹이고, 그 비싼 한우도 사서 먹이고..하여간 공주가 따로 없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울 우가 어릴 때 지가 정말 공주라고 믿었겠습니까? ㅎㅎ 그런데 아버님이 장난도 심하셔서 한 날은 아버님이 즐겨 드시던 커피를 그 어린 것에게 먹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시엔 아버님 앞에서 숨도 크게 못쉬던 때라 저는 정말 속상해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좀 말리려고 하면 울 아버님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못 먹이게 하노?"
이러시는데..정말 ..으으.. 여러분 제 맘 아시겠죠? 그 뒤로 전 커피를 더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남편 집에서 커피 먹기 쉽지 않구요, 커피가 집에 선물로 들어오면 다른 분들에게 선물로 줘버렸죠.
그런데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제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도 이제 어린이집에 출근하며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커피가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죠. 출근해서 청소하고, 아이들과 씨름하고, 이것 저것 챙기다 잠시 시간이 날 때, 제 코끝을 찌르는 커피향~~~ 정말 거부하기엔 넘 강렬한 유혹이더군요.
우리반 아가들 재워놓고 잠시 숨도 쉴겸 어린이집 정원에 나서면 저와 같은 처지의 선생님들이 봄볕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얼떨결에 저도 선생님이 권하는 커피를 손에 받아드는 순간 커피의 향이 피로를 가시게 하면서 뭔지 모르게 머리가 탁 트이는 그런 느낌을 주네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구나.. 그래서 저도 요즘 출근하면 커피 한 잔은 마시게 됩니다. 요즘은 그 커피 타임이 기다려지기도 하구요. 손에 커피잔을 쥔채 밝은 햇살을 받으며 한들거리듯 제 곁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깰 때면 아주 잠시지만 제 마음이 평안을 찾고, 안식을 얻게 되거든요. 커피가 가져다 주는 마음의 여유.. 이게 넘 좋네요.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니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더군요. 일단 보도된 내용을 보면 커피는 심장활동이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분이 있어서 좋다고 하네요. 또한 뇌졸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를 자극하여 소화를 촉진해주기 때문에 고기를 먹고 난 뒤에는 커피를 마셔두면 좋다고 합니다. 게다가 항산화 항염증 성분이 있어서 하루 6잔 정도를 마시면 전립선암과 유방암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냄새를 제거해주고, 커피로 다이어트를 성공했다는 분도 있더군요.
그러나 커피에 있는 카페인이 450mg 이상 섭취하게 되면 임신을 방해하는 성분도 있어 임신을 어렵게 하고, 또한 요실금 증세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커피는 하루에 3잔 정도가 적당하고 합니다. 커피가 건강에 좋으니 먹으라는 말과 좋지 않으니 많이 먹지 말라는 두 얼굴을 가진 커피..그러나 저는 잠시나마 커피의 향에 제 마음을 둘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마시게 되네요. 바쁘시더라도 잠시 커피 한 잔 하시는 여유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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