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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에 걸린 울 둘째의 친구 이야기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울 둘째, 기분이 영 꿀꿀해 보입니다. 독서실에서 보통 11시가 넘어야 오는데, 오늘은 10시 조금 넘어서 집에 돌아왔네요. 어쩐 일인가 눈치를 보고 있는데, 히야 하는 말이 학교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있어 공부가 안 돼 일찍 들어왔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 물으니, 옆 반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옆 반에서 수업시간에 갑자기 시끌시끌한거야,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쉬는 시간에 가보니 한 아이가 수업시간에 갑자기 몸을 이리저리 꼬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하더라는 거야.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데, 일단 양호실로 옮겼다고 하네. 그 애 생각이 나서 괜히 마음이 꿀꿀해지고.. 엄마 그거 귀신 들린 건 아니죠.”
딸 아이의 말을 듣고 있던 아빠, 다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귀신들린 거나, 미친 것이 아니라, 아마 간질일거야.”
그러면서 간질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해주네요. 그런데 그 지식이 거의 전문가 수준입니다. 남편의 이야기를 조금 정리해볼께요.
간질의 원인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치료제가 있기는 하지만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정도이지, 확실하게 치료해주는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간질은 유전적인 영향도 있고, 후천적인 영향도 있는데, 후천적인 경우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만성피로에 시달릴 때 비슷한 증세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성경에 귀신들린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마 이들 중 상당수가 간질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답니다. 간질을 어릴 때 심하게 앓게 되면 지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지만, 대부분은 평소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보통 사람과 다름이 없구요, 주기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잘 알기 때문에 조심을 한답니다. 그런데, 피로가 누적되거나,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리고 더운 날 그늘이 없는 곳에서 오래 있을 때, 운동을 과격하게 했을 때 갑작스럽게 발작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발작에도 전조증상이 있다네요. 그래서 간질병 환자에게는 그를 잘 이해하는 친구가 곁에 있어서 전조증상을 보고 응급처치를 해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합니다. 쉬면 회복이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늘이나 시원한 곳, 몸을 편하게 눕힐 수 있는 곳에서 한 두 시간 정도 편히 쉬게 해주면 괜찮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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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작스런 발작이나 전조증상을 보일 때는 다음과 같은 응급조치를 해주는 것이 좋답니다.
그리고 발작을 한 지 15분이 지나도 그치지 않는다면 바로 119에 연락해서 가까운 정신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호~ 울 남편 지식이 상당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주위에 간질을 앓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답니다. 그런 친구들을 돕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네요. 한 친구는 간질이 아주 심했었는데, 교회에 나오면서 많이 좋아지기도 했답니다. 간혹 교회에서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친구들이 곁에서 간호도 해주고,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니, 마음도 안정되고, 자신감도 생기구,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특히 남편이 젤 친했는데, 예배를 드리다가도 이 분이 갑자기 울 남편을 찾아와 손을 까닥이면, 남편 두 말 않고 같이 나가서 앞서 말한 응급조치를 취해주었다고 하네요.
보통 간질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눈이 뒤집어지고, 입에 거품을 물며, 또 사지가 심하게 뒤틀리는 증세 때문에 귀신들린 거 아닌가 하며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시선이랍니다. 이 때문에 자꾸 병을 숨기게 되고, 그러니 항상 실수할까봐 걱정하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그러다 보니 발작이 오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가 있으면, 어려울 때 편하게 도움을 구할 수 있고,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기에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이죠. 병이 들어서 힘든 것보다 병든 시선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아빠의 말을 듣고 있는 우리 히야,
“아빠, 그런데 그 반 애 중에 그 발작한 애랑 친한 친구가 좀 노는 애거든. 그런데 다른 애들이 혹시 그 애 미친 거 아냐 하고 수군대니까, 그런 소리 한 번만 더하면 죽는다. 내 친구거든.그러더라. 그러니까 다른 애들도 끽소리 못하고 슬금슬금 자리에 앉데. 무서웠어”
다행이네요. 이렇게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가 있는 것을 보니, 수업 시간에 발작한 그 아이 아마 곧 그 병을 잘 이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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