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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보육과 양육수당인상 정책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복지와 보육정책

by 우리밀맘마 2015. 9. 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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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보육정책과 자녀양육수당 인상 과연 진정성이 있는 정책인가?

 

월요일입니다. 주말을 거의 잠으로 보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들 모두 같은 상태입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주말 뭐했어?”물어 보면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응~ 종일 자고 또 잤어” 저도 같은 대답입니다. 정말 주말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 외에 그저 자고 또 잔 기억 밖에 없네요.

 

그런데 오늘 오후 복지부가 전업맘과 직장맘 사이에 전쟁을 붙여놨네요. 예전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전업주부가 종일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 보육할 이유가 없다"며 전업주부의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며, ‘맞춤형 보육’을 하겠다고 하여, 전업주부를 한순간 ‘맘충이’로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거센 후폭풍을 맞자 복지부가 이런 해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 우리부는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을 전혀 검토 한 바 없음

- 다만, 전업주부의 자녀가 어린이집 이용과 가정양육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시간제 보육 확대 등 다양한 가정양육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겠음

○ 또한, 이와 함께 부모의 보육서비스 선택권을 강화하는 맞춤형 보육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임

 

이게 올 1월(2015)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복지부가 거짓말 했구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네요. 1월의 해명과는 달리 결국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는 ‘맞춤형 보육정책’을 내 놓았습니다.

 

 

 맞춤형 보육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들은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경우에는 종일반(12시간, 오전7시30분~오후 9시 30분), 시간연장보육(야간, 휴일보육)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맞춤반(일 6~8시간)을 이용하도록 한다.

 

2. 종일반은 부모취업, 구직, 직업훈련, 학교재학, 장애·질병 등의 돌봄 필요 가족이 있는 가구, 다자녀, 임신, 조손, 한부모, 저소득층 등을 다양하게 인정(2016년 예산안은 종일반 이용규모를 80%로 가정)한다.

 

3. 맞춤반은 6~8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질병, 병원, 학교방문 등 추가이용이 필요한 경우는 15시간 긴급보육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4. 가정에서 양육하는 부모들은 적정수준의 가정양육수당을 받으며 아이돌봄 서비스, 시간제보육, 육아지원센터, 임신육아포탈 등을 이용할 수 있다.

 

5.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위해 보조교사, 대체교사, 상담전문요원 등을 지속 확대하고 보육교사처우개선비를 인상하겠다.

 

 

 

 

왜 이런 정책을 내놓을까요? 일단 정부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1. OECD 국가들은 대부분 0~2세는 부모와 유대감 형성을 위해 가정에서 키울 것을 권고하고 있고, 이 시기 적정 보육시설 이용률은 30% 미만인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0~2세 영아의 66.1%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으니,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자.

 

2. 현재 아이가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의 지원금과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경우 둘 간의 액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 간격을 좁히도록 하자. (국가가 보육료로 0세인 경우 78만원을 지원하지만 가정양육수당은 0세의 경우 20만원을 지원)

 

3.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율이 높고,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이 전업주부의 자녀를 선호하기 때문에, 정작 종일반 돌봄이 필요한 워킹맘의 자녀들이 돌봄을 받을 수 없는 부작용이 있어 이를 해소하겠다.

 

4. 그리고 예산 문제입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종일반 위주의 지원으로 보육예산이 점차 증가(2009년 3조6000억원 →2015년 10조5000억원)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의 질적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질적향상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복지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맞춤형 보육’은 보다 질 높고 지속가능한 무상보육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야심차게 내놓은 맞춤형 보육정책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기존과 별 다른 게 없습니다. 있다면 전업주부의 자녀들이 이전에 종일반 지원을 받았는데, 이제부터는 시간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며, 이로 보육예산을 1400억 정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영유아 지원 보육료가 2조9,694억원인데, 내년에는 2조8,234억원으로 줄어들고, 지원 인원도 79만8천명에서 75만2천명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어제 또다시 가정양육수당은 기존에서 10만원 정도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맞춤형보육의 골자는 지원을 줄이겠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제 정부는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정보육지원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뭔가 형평성이 있는 조치처럼 보이게 하고, 또 이 때문에 가정보육이 더 늘어난다면 정부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효과도 낼 수 있을테니까요. 아마 계산기를 빨리 돌려봤겠죠.

 

저 개인적인 의견은 전업주부의 자녀가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합니다.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3세 이전까지의 아이는 부모 품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입장이며, 이를 위해 가정보육지원금을 더 많이 인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제가 이전에 쓴 글입니다.

 

어린이집 교사가 보는 2세이하 무상보육의 실효성

보육교사의 눈으로 본 두 후보의 보육정책에 대한 비교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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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현 정부가 내놓은 ‘맞춤형 보육정책’은 반대합니다.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영유아들의 무상보육 카드를 빼들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분명 이런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니 정책을 좀 더 신중하게 펴야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영유아 무상보육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처음 이 정책을 내놓을 때 우려했던 모든 부작용이 다 일어났고, 정부는 이번에 맞춤형보육정책을 내놓으면서 그것을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를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는 더 좋은 보육정책을 만들었다고 내놓은 게 맞춤형보육이지만, 이 역시 앞서 지적한 것처럼 삭감된 보육예산에 따라 정책을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보육정책에 대해 두 가지 관점으로 정책을 입안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나는 선거 때 표가 필요해서 만든 정책이거나, 또 하나는 재정이 없어 돈에 맞추기 위해 정책을 고치거나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정책들이 대부분 급하게 만든 어설픈 정책이거나, 급한 불 끄는 미봉책, 궁지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궁여지책인 것이죠. 여러 가지 거창한 이유를 들먹이지만 실제 그 정책들 곰곰이 들여다보면 다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정책의 지속성이 없는 것입니다.

 

이번 맞춤형 복지가 그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일단 보육예산부터 소폭이라도 인상하고 이 정책을 입안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변경된 정책으로 확보된 예산을 통해 어린이집의 질적향상을 위한 정책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누리과정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것입니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 건 사업, 중앙정부는 해결할 능력이 안되니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일선에서 얼마나 큰 고충을 겪었는지 아시나요?

 

그리고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을 전혀 검토 한 바 없음’이라고 했던 복지부가 아닙니까? 제 입으로 한 말 8개월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이들이 내건 정책 그들의 말을 어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습니까?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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