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다 남편의 직장 문제로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한 5년 정도를 양옥집에서 살다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파트에서 살아보기는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아파트는 일반 주택과 형편이 많이 다르더군요. 정말 처음에는 아파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사건은 이사온 지 이틀째에 터졌습니다. 아침부터 아파트 관리실에서 전화가 온 겁니다. 우리집이 너무 시끄럽다고 신고가 들어왔다네요. 정말 놀랐습니다. 사실 아파트 들어올 때 이런 문제가 생길까봐 무척 조심하고 있었는데, 이런 전화가 오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질 모르겠더군요. 일단 무조건 죄송하다고 답해드리고 아이들에게 다시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끊었습니다. 아우~제가슴이 콩쾅콩쾅 뜁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래집 아들이 올라오겠구나, 그래 한번 싸워보자.
드디어 아래집 아들(청년)이 숨을 헐떡이며 찾아 왔더군요. 그리고 아까처럼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지지않고 그 청년에게 또박또박 말했습니다."여보세요. 저도 말좀 합시다. 제가 왜 야~라고 소리를 쳤는지 아세요? 아까도 제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화만 내지 않았습니까? 이보세요. 저도 말좀 하자구요."
그러자 그 청년 저희 집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정말 저 말고는 아무도 없는 걸보고는 머리를 긁적거립니다. 그리고는 미안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최소한의 룰은 필요할 것 같아 저희가 정말 조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쉬는날은 11시이전에 피아노를 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과 저녁8시 이후에 피아노를 치지 않을 것등을 얘기하더군요.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저도 그 분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인터폰을 하실 때는 기분이 나빠서 하시겠지만, 받는 저희도 인터폰이 울릴 때면 기분이 나쁘답니다. 우리 서로 기분 나쁜 것은 마찬가지니, 말이라도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얘기 하면 좋잖아요."
그렇게 그 청년과 말이 잘되어 문제가 해결될 쯤 울 남편 직장일 팽개치고 헐레벌떡 뛰어오더군요. 제가 큰일났다고 전화했더니 무지 걱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ㅎㅎ 미안하기도 하구, 고맙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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