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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치매걸린 엄마 극적으로 다시 찾은 사연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2. 2. 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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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치매 엄마, 친절한 경찰관의 도움으로 다시 찾은 사연


 



흠 어디서부터 글을 시작해야할지.. 사실 이제 좀 정신이 차려집니다. 제 블로그 글을 계속 구독하셨던 분들은 제가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이야기를 읽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 지금은 다시 부산 옛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지난 추석 때부터 저희 집에서 모셨으니 약 넉 달을 저희가 모셨네요.

혹 못 읽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따라 읽으시면 좋겠네요.



친정 엄마가 우리집에 오신 후 이전에 전세로 살던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전세가 넉달이 되도록 빠지질 않는 것입니다. 부산에서도 좀 낙후된 동네이고 집도 오랜된 것이라 그런지 선뜻 들어오겠다는 이가 없었구요, 집주인이 현 시세대로 전세금을 낮추면 될텐데 이전 가격 그대로 받으려고 하다보니 거래가 안된 것이죠. 차일피일 미루는 집주인의 행태를 보니 조금씩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다 혹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이미 엄마는 우리집으로 이사와서 주소까지 이전해버렸는데다 전세계약서까지 분실했고, 재계약하면서 공증받은 서류조차 신고를 해놓지 않았더라구요. 이 전세금이 엄마의 전재산이라 할 수 있는데..

언제부턴가 울 엄마, 다시 이전에 살던 집으로 가야겠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그 집으로 다시 가보자 그러시고, 아침이면 출근하는 저를 따라 그곳에 가자고 그러시고,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도 듣질 않으시네요. 치매 환자의 특징 중 하나가 뭔가 생각에 하나 꽂히면 그거 해결될 때까지 집착하고 또 집착한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상상의 날개를 펴서 완전 환타지 속으로 들어간다고 하네요. 울 엄마도 그런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엄마 때문에 아침에 출근할 때 넘 걱정이 되더군요. 혹 다시 또 무작정 집을 나서면 어떡할까? 그렇게 돌발행동하신 적이 몇 번 있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울 엄마 낮에 아이들 눈길이 소홀해진 틈을 타 가출을 하신 것입니다. 키우던 강아지 옆에 끼고, 개나리 봇짐 하나 만들어서 이전 살던 집으로 가겠다고 길을 나선 것이죠.

울 아이들 할머니 없어진 것을 알고는 아빠에게 연락하였고, 울 남편 놀라서 우리 동네와 읍네 그리고 또 신도시까지 열심히 엄마를 찾아다녔지만 엄마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부산 가는 버스를 타고 이전 살던 동네로 가신 것인지 그래서 엄마집 옆에 살고 있는 오빠에게 혹시 거기로 갔을지 모른다고 연락을 했구요.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거기로 오시지 않았다는 겁니다.

남편이 오후에 경찰서로 찾아가 가출신고를 하였습니다. 다행히 엄마 찍어논 사진이 있어서 그 사진과 가출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우리 면에 있는 경찰서 직원 정말 친절하게 접수를 해주시더군요. 제가 사는 곳이 양산인데, 시에서 좀 떨어진 작은 부락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면사무소나 경찰서 그리고 우체국까지 직원들이 넘 친절해요. 마치 자기일처럼 걱정하고 또 그렇게 신경을 써주시더라구요.


광주고속버스터미널

광주고속버스터미널입니다.다음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가출신고를 하면서 저와 남편 같이 걱정하는게 하나 있었습니다. 울 엄마 이전 살던 곳이 부산인데, 여길 자꾸 목포로 알고 있습니다. 목포는 엄마 고향이거든요. 이걸 헷갈리시는거예요. 아무리 부산이라고 이야기해도 돌아서면 내가 목포로 다시 가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엄마 집나간 이야기를 듣고 젤 먼저 찾아간 것이 시외버스터미널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요. 터미널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또 목포로 가는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목포로 가진 않았구나 안심은 했지만 또 혹시나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녁밥도 목에 넘어가질 않더군요. 울 아이들도 할머니 걱정에 정말 초상집 같은 그런 분위기.그런데 밤 8시쯤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라도 광주고속버스터미널에 있는 경찰서랍니다. 울 엄마 이름을 대면서 혹시 어머니가 맞냐고 확인하시네요. 전라도 광주에 가신 것이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경찰관에게 자초지정을 물어보니 터미널에서 개 한마리를 끌고 개나리 봇짐을 든 할머니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듯하여 경찰서로 모시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원조회를 해보니 가출신고가 들어와 있고, 또 전산망에 사진이 있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전화를 주신 경찰관도 참 친절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분도 자기일처럼 걱정해주시면서 아직 부산가는 고속버스가 있으니 버스에 태어 보내드리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것이 고속버스 오는 동안 몇 번 휴게소에 들르기 때문에 안심이 안되더군요. 혹 택시에 태워 보내주실 수 없겠냐며 부탁을 드렸더니 경찰관께서 한 분을 섭외해 그 차에 태워 보내주셨습니다. 택시비 엄청 나왔습니다.

그런데요, 저희 생각에 노친네 그 먼 광주까지 갔다가 하루만에 다시 돌아왔으니 얼마나 피곤하실까 걱정했는데 울 엄마 정정하시네요. 도리어 엄마 찾고 기다린 우리 가족들은 곤죽이 되었는데..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가 잘 모셨구나 그런 생각도 들구요, 그냥 웃음만 나오더라구요.

문제는 다음날이었습니다. 울 엄마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시 화장하며 몸단장을 합니다. 어제 푼 개나리봇집 다시 싸구요. 뭐하시는거냐고 물으니 오늘 다시 예전 살던 집으로 가야한다네요. 목포 가야한다는데..정말 속에서 욱~

남편에게 엄마 다시 목포간다고 치장한다니까 남편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다시 오빠에게 전화걸고 의논한 결과 이전 집에 모셔두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고는 울 남편 절 출근시키는 길에 울 엄마 예전 집에 모셔 두었습니다. 큰 오빠 집에 바로 곁에 있어서 오빠가 틈틈히 엄마 돌보기로 하구요.

그 한주간 정말 태풍이 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일주일 병원 신세 지구요. 이제 좀 안정이 되네요. 그렇게 울 엄마 울 집을 떠난 지 이제 두 주가 지났네요.  너무 경황이 없어서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엄마가 돌아온 다음 날 그 경찰관께서 잘 돌아오셨냐고 전화주셨구요, 우리 면에 있는 경찰서에서도 담당직원이 아침 일찍 어떻게 되었냐고 전화주시더군요. 내 일 같이 걱정해주시고 행정처리를 잘 도와주신 경찰관과 저희 엄마 택시까지 태워서 보내주신 광주고속버스터미널 경찰서에 근무하시는 경찰관님 그리고 울 엄마 경찰서까지 이끌어주신 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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