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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을 세번이나 이겨낸 불사신 시아버님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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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맘마 2024. 2. 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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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버님은 한주에 한 번씩 동의의료원에서 침술 치료를 받으시고, 1달에 한번은 봉생병원에서 정기진료를 받습니다. 벌써 몇 년째 이런 병원생활을 하고 계시고, 아버님을 병원으로 모셔드리는 큰 며느리인 제 몫이었습니다. 제가 바쁠 때는 동서가 도와주기도 하구요.

우리 아버님을 보면 불사신인가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40대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는데, 거의 완치되어 퇴원하셨구요, 50대에도  한 번 뇌경색이 왔지만 정말 그냥 지나가는 바람처럼 치료가 되어 시장에서 장사하는데도 별 지장이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60대에 세 번째 중풍을 맞았습니다. 이때는 좀 심해서 오랜 기간 병원신세를 지긴 하셨지만 그래도 잘 걸으시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의사가 혀를 내두르더군요. 뇌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뇌혈관 중에 막혀도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은 부분이 있고, 막히면 아주 치명적인 곳이 있는데, 아버님은 어떻게 된 게 치명적인 부분은 모두 비켜갔다는 것입니다. 입원 당시만 하더라도 완전 식물인간이었는데, 한 달 정도 치료하자 걷는 것이 좀 힘들기는 하셔도 많이 괜찮아지셨습니다.

의사는 술 담배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엄하게 주의를 받으신 후 퇴원을 시키더군요. 정말 우리 가족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그런데 퇴원하신 울 아버님 의사의 경고도 무시하고 다시 담배와 술을 즐기기 시작하십니다. 큰 아들인 제 남편이 이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화를 내며 절대 술 담배 안 된다고 다짐을 받긴 했지만 울 아버님 좀 줄이지 뭐 하시며, 끊지를 못하셨습니다. 

아버님 입원하시기 전에 술은 보통 아침 점심 저녁으로 꼭 식후에 맥주잔 2/3 정도를 반주삼아 드시구요, 담배는 한 2갑 정도를 피셨습니다.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 말씀을 드려도, 이거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사냐며 절대 못 끊는다 그러시더니 마침내 뇌졸중으로 입원을 하시게 된 거죠.

병원에 계실 때만 하더라도 이제 다 끊는다고 하셔놓구는 퇴원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다시 즐기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세 번이나 중풍을 맞으셔도 그 때마다 끄덕 없이 다시 완쾌되신 것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였을까요? 그런 아버님을 보시며 어머니께서 애가 많이 타셨지요. 그리고 혹 아버님 다시 재발하지 않을까 항상 조바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셨습니다.
 
퇴원하신지 몇 달이 지났을까요? 다시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 날은 아버님 친구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초상집에 문상을 다녀오셨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분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것이 마음에 큰 충격을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다음 날 오후쯤 갑자기 아버님 몸이 무겁다 하시고, 손에 힘이 들지 않으며, 잘 일어서질 못하셨습니다. 걱정이 된 어머니 아들들에게 연락을 하셨고, 제 남편과 시동생은 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아버님을 진찰하던 의사, 아마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긴 현상이라며 집에 가서 잘 쉬면 될 것 같다고 집으로 돌려보내더군요. 저희들 모두 그 말에 안심하고 아버님을 집으로 모셔드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아버님이 다시 쓰러지셨습니다.

급히 구급차로 병원에 도착하여 응급조치를 하긴 했지만 다시 재발하여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좀 더 오래 가더군요. 두세달 정도 병원신세를 지셨습니다. 퇴원을 하시긴 했지만 이전에 비해 거동도 많이 불편하여 이젠 누가 봐도 중풍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생각할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이렇게 정기적인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고 계시구요. 연세가 있으시니 노환으로 인해 점점 병약해지셔서 매일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시죠. 그런 당신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한 번은 차 안에서 우시더군요. 내가 중풍 앓은 친구들 보면 괜시리 무시하고 놀렸는데, 이제 내가 벌을 받는 모양이다며, 우시는데, 운전을 하면서 저도 아버님의 울음소리에 눈물이 자꾸 나와 그날 병원에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더군요.

퇴원 후 아버님께 세 가지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첫째는 교회에 가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아버님을 위해 매일 기도하던 저희에게는 너무 반가운 말씀이셨지만, 좀 더 건강하실 때 신앙생활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만일 그랬다면 이렇게 술담배 때문에 중풍 맞는 일은 없으셨을텐데 싶은 마음도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아버님 교회에 나오시니 평소 아버님을 잘 알던 분들이 농담 삼아 “좀 싱싱할 때 나오지 않구, 그래도 반갑습니다.ㅎㅎ”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시더군요. ㅎㅎ 그래도 아버님 이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거의 예배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셔서, 세례도 받으시고, 몇 년 전에는 집사 임명까지 받으셨답니다.

둘째는 술담배를 완전히 끊으셨습니다. 정말 손도 대지 않으시더군요. 아버님께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ㅎㅎ

세 번째는 좀 안타까운 일인데요, 이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셨습니다. 이전에 건강하실 때는 워낙 무서우셔서 아버님이 한 번 호통 치시면 온 가족이 벌벌 떨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큰 소리를 치고 싶어도 체력이 안 되시나봐요. 완전 우리집 실권이 어머님에게 넘어간 것이죠.

젊으셨을 때 그리 자상한 남편이 아닌지라, 어머님 평소 쌓인 것도 많구, 그래서 구박을 많이 받으십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말을 잘하시기 때문에 아버님 맘에 들지 않은 행동을 하시면 바로 자녀들에게 일러 주는데, 아버님은 이제 말이 어눌하시거든요. 거의 대항을 못하십니다. 예전에 무서울 때는 그 모습이 너무 싫었는데, 이렇게 나약해진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제가 남편에게 말합니다.

‘당신도 젊을 때 잘하세요. 알았죠?“

ㅎㅎ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는 말 정말 그렇더군요. 건강에 자신하는 것보다 미련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이 글은 2024년 2월 15일 Update 되었습니다.

 
 

행복하세요^^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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