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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팔고 온 식객 풍환 그리고 교토삼굴

생활의 지혜

by 우리밀맘마 2016. 10.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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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팔고 왔습니다" 식객 풍환 이야기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식객’ 들이 있었습니다. 큰 일을 일으켜 보려는 무리들이 힘있는 정치가 밑에 모여들었는데, 보통 좀 힘있다 하는 사람 밑에는 수백명의 식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특히 제나라의 승상 맹상군은 인재를 중하게 여겼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재라 칭하며 그의 식객으로 눌러 앉았습니다.

그 수가 무려 수천에 이른다고 하였습니다.

 

그 식객 중에 불평을 일삼고 무위도식 하는 풍환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맹상군은 자신의 영지인 ‘설’에 가서 빌려준 돈을 받아오라고 풍환을 보냈습니다.

출발할 때 풍환은 “빚을 받고 나면 무엇을 사올까요?” 하고 맹상군에게 물으니,

맹상군은

 

“무엇이든 좋소. 여기에 부족한 것을 부탁하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설에 당도한 풍환은 빚진 사람들을 모아서 차용증을 하나하나 점검한 후

이자만 해도 10만 전을 거두었습니다. 그렇게 수가 끝나자 그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소를 잡고 술을 대접하며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잔치 자리에서

 

“맹상군은 여러분의 상환 노력을 어여삐 보고 모든 채무를 면제하라고 나에게 분부하셨소.”

 

그러면서 모아 놓았던 차용증 더미에 불을 질렀습니다.

차용증은 모두 재로 변하고,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감격해 마지 않았습니다.

 

설에서 돌아온 풍환에게 맹상군이

무엇을 사왔는가 하고 묻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차시풍환왈 군지부족즉은의야 이소차서위군매은의래(此時馮驩曰 君之不足則恩義也 以燒借書爲君賣恩義來:당신에게 지금 부족한 것은 은혜와 의리입니다. 차용증서를 불살라 당신을 위해 돈 주고 사기 힘든 은혜와 의리를 사가지고 왔습니다.)”라 하였습니다.

 

은혜와 의리를 사왔다는 말에 맹상군은 불쾌했지만 크게 화를 내진 않았습니다.

 

1년 후 맹상군이 제나라의 새로 즉위한 민왕(泯王)에게 미움을 사서 재상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실각하여 권력에서 내려오자 그의 집에 머물던 3천의 식객들도 소리없이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풍환만은 그 곁을 지켰습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그의 영지인 ‘설’에 가서 잠시 살 것을 권유했고,

맹상군은 실의에 찬 몸을 이끌고 ‘설’로 내려갔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풍환이 ‘은혜를 팔고 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영지 백성들이 몇 십리까지 줄지어 환호하며, 그를 마중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감격해하는 맹상군에게 풍환은 이렇게 말합니다.

 

“교활한 토끼는 구멍을 세 개나 뚫지요[狡兎三窟]. 지금 경(卿)께서는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아직 고침무우(高枕無憂:베개를 높이 베고 근심없이 잠)를 즐길 수는 없습니다.

경을 위해 나머지 두 개의 굴도 마저 뚫어드리지요.”

 

그는 당시 제나라와 대치하고 있던 위(魏)나라의 혜왕(惠王)을 찾아가 맹상군을 등용하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실현할 것이며, 동시에 제나라를 견제하는 힘도 될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마음이 동한 위의 혜왕이 금은보화를 준비하여 세 번이나 맹상군을 불렀지만, 맹상군은 이게 응하지 않았습니다. 풍환이 그리 할 것을 권한 것이죠.

 

이런 움직임을 제나라의 민왕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민왕은 맹상군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맹상군에게 사신을 보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재상의 직위를 복직시켰습니다.

이로써 두 번째의 굴이 완성된 것입니다.

 

이제 풍환은 세 번째 굴을 파기 위해 제민왕을 다시 설득합니다.

맹상군의 영지인 ‘설’ 땅에 제나라 선대의 종묘를 세우고,

선왕(先王) 때부터 전승되어 온 제기(祭器)를 종묘에 바치하도록 한 것입니다.

선대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설혹 민왕이 마음이 변심한다 해도 맹상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입니다.

 

“이것으로 세 개의 구멍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주인님은 고침안면 하십시오”

 

이리하여 맹상군은 재상에 재임한 수십 년 동안 별다른 화를 입지 아니했는데,

이것은 모두 풍환이 맹상군을 위해 세 가지 계책을 마련한 덕분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풍환을 《戰國策》〈제책편(齊策篇)〉에서는 ‘풍훤(馮諼)’으로 적고 있습니다.

이 고사는 불안한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로,

완벽한 준비 뒤에는 뜻하지 않는 불행은 찾아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유래입니다.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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