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여섯 식구 중 오직 울 남편만 가지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우리들로부터 구박받는 것이 바로 무좀입니다. 혹 무좀이 옮을까 싶어 수건도 따로 쓰고, 무좀발 가지고 어딜 오냐고 구박도 많이 받고..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오고 있는 남편입니다.
하지만 실제 가장 고통스런 사람은 바로 남편이죠. 대학 다닐 때부터 생겨난 것이 지금까지 붙어 있는데, 어떨 땐 치료된 듯 보였다가 또 다시 재발하고 재발하고.. 주위에서 누가 무좀 이렇게 치료했다는 말만 들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따라하기를 해보지만 별무소용이네요.
무좀 초기 병원에 갔더니 연고를 꾸준히 바르면 된다는 말에 정말 열심히 발랐답니다. 그런데 좀 나을 듯하다가도 다시 재발하고 해서 그저 가려움증만 없으면 된다는 식으로 너무 가려우면 좀 발랐다가 하니 무좀균이 내성이 생겨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더랍니다.
매일 저녁 식초에 발을 담그고 씻으면 좋다고 해서 또 그렇게 발씻는 물에 식초를 풀어서 한 일주일 해봤는데 가려움증은 없어졌지만 발이 푸르스름하게 부어가는 것 같더랍니다. 덜컥 겁이나서 포기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이런 처방은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네요. 그래서 포기..
어떤 사람이 이건 나병환자촌에서 나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약이라며 무좀에 특효랍니다. 그 말에 울 남편 아무 의심없이 몇 병을 사서 또 열심히 바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무슨 성분이 들어있는지 불분명한 그런 약이 제대로 약효를 가지겠습니까? 부작용 없는 것만해도 다행이죠. 또 실패
안되겠다 싶어 피부과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제대로된 치료를 해보자고 병원에 갔습니다. 먹는 약과 연고를 받아와서 두 달을 치료했는데 당시 15년 전이었는데 약이 얼마나 독한지 하루종일 사람이 멍하니 넋이 나간 듯 있고 넘 힘들더랍니다.
그런데 하루는 약을 타러 병원에 갔더니 울 남편이 안돼보였는지 간호사들이 남편 들으란듯이 수군거리더랍니다.
"야~ 우리 병원 무좀약 약효가 좀 있긴하냐?"
"몰라..그런 말은 못 들어봤는데.."
남편 어이가 없어서 그 다음날로 병원 치료 그만두었답니다.
그리고 난 뒤 무좀 연고와 스프레이 등 무좀이 심해질 때면 응급처치를 하며 지내다 5년전쯤 부산에서 살던 집 옆에 좋다는 피부과 병원이 있어서 갔답니다. 가니 발에 있는 피부조직을 떼어내서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이 균은 무슨 균인데 이러이러하게 치료해야 한다고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는데 웬지 믿음이 가더랍니다. 치료는 6개월을 해야 한다네요. 일주일 약을 먹고 한 달 지난 뒤 다시 일주일 약을 먹고 .. 이런 식으로요. 남편 이번에는 잘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치료했는데 ..안타깝게도 이것도 실패 ..
그런데 그 피부병원에서 약을 먹을 때 무좀비누라는 것을 주더랍니다. 그런데 그 비누로 발을 씻으니까 남편 발 뒷굼치 각질도 심했는데 이것이 싹 사라지네요. 발도 보들보들한 것이 촉감도 좋구요. 그래서 다시 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포기하고 무좀비누로 매일 저녁에 씻었는데 치료는 되지 않지만 가려움증은 없어지더랍니다. 그래서 몇 해 여름을 이 무좀비누로 버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사를 와서 다시 병원에 사러가려니 부산가기가 쉽지 않아 걍 포기했네요.
최근 다시 발가락 사이가 짓무르고 껍질도 벗겨지고 넘 견디기 힘들었는지 어디서 목초액을 구해왔습니다. 발을 씻을 때 이걸 물에 타서 그렇게 씻었는데 이것도 식초와 마찬가지 증세를 보이네요. 그래서 또 포기..
요즘은 약국에서 연고 하나 사서는 아침 저녁으로 발라주고, 특히 밤에 발을 씻고 난 뒤 발을 드라이어기로 말려줍니다. 그리고 발가락 사이가 벌어져 통풍이 되도록 나무조각 같은 것을 끼우기도 하고.. 그렇게 하니 일단 가려움증은 없다네요.
이렇게 해서 무좀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실패했다는 경험을 들려드려 죄송합니다. 울 남편 요즘 또 병원 치료가 간단해지고 약효는 더 좋아졌다는 말에 다시 피부과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까 고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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