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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를 본 후 달라진 우리 딸들의 용돈타기 전략

문화즐기기

by 우리밀맘마 2011. 7.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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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많이 받는 법, 영화 써니를 본 딸들의 기상천외한 용돈타기 전략

 



 

요즘 나가수도 그렇고 문화가 복고 트랜드로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여러 기사를 읽는 중에 지금 복고 트랜드를 잘 활용해야 대박을 칠 수 있다고 하는 기사도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옛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영화 "써니"가 벌써 560만을 돌파했다네요. 그 560만에 저희 가족 6명도 들어있습니다. ㅎㅎ 써니가 개봉한 그 주에 저희 가족 모두 단체관람을 갔답니다. 애들이 가족 모임을 안한 지 넘 오래됐다며 영화 보자고 노래를 부르기에 뭘 볼까 했더니, 울 아들 "써니"가 인터넷에서 평점이 젤 좋다고 이걸 보잡니다. 뭐 달리 볼 것도 없고 해서 우리 가족 모두 영화관에 들어가서 팝콘과 탄산음료를 손에 하나씩 들고 그렇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울 막내가 좀 걱정이더군요. 문화 차이가 많이 날텐데 ..ㅎㅎ 하지만 그건 기우였습니다. 초딩인 울 막내도 정말 재밌다며 영화 보는 내내 깔깔 거리기도 하고, 어떤 건 "무슨 뜻이야" 하며 옆에 있는 아빠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럽니다. 가족 영화로 정말 잘 고른 것 같네요. 좀 아쉬운 것은 영화가 하춘화의 죽음 외에는 모두가 폭풍 해피엔딩인게 뭐랄까 좀 이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간만에 그런 해피엔딩을 보니 기분이 좋더라구요. 사실 요즘 우리 현실에 넘 비극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더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이 영화에서 두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더군요. 하나는 아빠에게 용돈을 달라는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빠가 공짜로는 안돼지..그랬던 것 같은데,그러자 그 딸 "사랑해요 아빠" 라고 말은 하는데 그 표정이 어떻게 그렇게 덤덤할 수 있는지..ㅋㅋ 울 아이들 완전 쓰러졌습니다. 제가 "저건 좀 넘 했다" 그랬더니 울 큰 딸 하는 말

"엄마, 그래도 쟤 표정은 아빠를 사랑하는 거예요. 정말 아빠가 싫었다면 돈 받으려고 저렇게 말 안해요. 그냥 쌩까죠. 저건 사춘기 딸들의 평범한 모습이라구요."

헉~ 영화를 보며 또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되는군요. 그리고 아빠가 외국출장 갔다가 돌아올 때 공항에서 아빠를 맞이하는 모습 역시 압권이었습니다. 출국장으로 나오는 아빠를 보고 엄마가 쿡 치니까 역시 표정없는 모습으로 손으로 살짝 하트를 만들고는 아빠에게 가는 모습도 압권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울 딸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저건 정말 아빠를 사랑하는 모습이야." 

그러네요. 마음은 아빠를 사랑하는데, 그걸 표정과 몸과 말로 표현하려니 넘 쑥쓰러워서 그런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누군지 잊었는데, 요새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읽고 있다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한 장면은 유호정이 연기한 전라도 전학생 나미가 좋아하는 오빠에게 사랑고백하러 갔다가 친구 수지가 그 오빠랑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죠. 넘 충격을 받은 나미 무작정 거리를 배회하다가 낙엽지는 길가의 한 벤치에 앉았는데, 그 곁을 어른 나미가 앉아 어린 나미를 품에 안는 장면이었습니다. 청소년 때 누구나 한 번은 앓았을 것 같은 그 열병..그 땐 정말 죽을 듯이 아팠는데, 그 아픔을 어른 나미가 꼭 안아주는데, 웬지 마음이 울컥하면서 살짝 안습이었습니다. 



써니_키스

영화 써니의 한 장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동안은 우리 가족 모일 때마다 써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영화가 잊혀질 때쯤, 바로 어제였습니다. 울 아이들 드뎌 기말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울 큰 딸은 금요일에, 둘째 히야는 토요일에, 그리고 셋째 뚱이는 목요일에 끝이났네요. 시험이 끝나면 울 첫째와 둘째는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면 친구들과 놀 프로그램을 이미 완벽하게 짜놓은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자금이죠. 그리고 이때까지 가장 든든한 자금줄, 변함없는 봉이 바로 아빠였습니다. 저 몰래 숨겨둔 비자금을 그 땐 아낌없이 팍팍 질러주거든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여기로 이사오면서 사태가 달라졌습니다. 울 남편 비자금 루트가 사라졌습니다. 요즘 정규 업무에 바빠 알바할 틈이 없었거든요. 사진이 프로작가 수준이어서 한 번씩 촬영에 초청되거나 압축앨범을 제작해주거나 해서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요즘 그런 거 할 틈이 없답니다. 월급은 제게로 원천징수되니 ㅋㅋ 요즘은 제게 용돈을 타 쓰거든요. 좀은 안타깝습니다. 아빠의 그런 사정을 알턱이 없는 울 딸들 어떻게 하든 자금조달을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네요. 이번엔 어려울거다. 없는 돈을 어디서 만들어오겠니? 저는 아주 여유있게 아빠와 딸들의 한 판 승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시험이라 일찍 들어온 아이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온 아빠, 아빠가 밥을 먹는 동안 딸들이 작전을 짭니다. 간간이 영화 써니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슨 얘길까? 저도 궁금해지네요. 이윽고 밥을 다 먹은 아빠 차 한잔 하더니 다시 사무실로 나가려고 현관으로 나섭니다. 그 뒤를 쪼르르 달려온 딸들..그런 딸들을 보고 위기 의식을 느낀 남편. 뭔가 결심을 단단히 한 눈빛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가 먼저 선수를 치네요. 

"야, 아빠 돈 없다. 요즘 엄마한테 용돈 타서 쓴다. 너희들이 아무리 그래도 없는 건 없는거다" 

그러자 울 둘째, 영화 써니 버전으로 한 마디 합니다. 

"아빠 사랑해요." 

눈을 살짝 내리깔고, 표정은 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투 역시 무채색으로 그러네요. 완전 영화 판박입니다. 정말 그 사랑 안받아줬다가는 평생 등돌리고 살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공포가 느껴지네요. 아이들 뒤에서 제가 그렇게 느꼈는데 울 남편 어떻겠습니까? 둘째의 그 무시무시한 "아빠 사랑해" 공격에 선수를 쳤던 아빠 넋이 나갔습니다. 멍하니 울 둘째를 바라보며 공황상태에 빠져 있네요. 그러자 첫째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이제는 완전 깜찍 애교 버전으로 목소리까지 귀염버전으로 해서 

"아빠 사랑해, 아잉 아잉" 

그러면서 큐피트의 화살을 쏘아댑니다. 첫째의 갑작스런 애교공격에 공황상태에 빠졌던 울 남편 입이 살짝 찢어집니다. 슬슬 눈이 흔들리네요. 우리 딸들이 이걸 놓칠 수 없죠. 바로 다음 공격으로 이어갑니다. 둘째는 예의 그 써니 버전의 "아빠 사랑해"를 첫째는 애고만점의 "아빠 사랑해용 아잉 아잉"을 번갈아가면서 쏘아대는 겁니다. 세번을 그렇게 연거푸 공격을 받던 남편 드디어 웃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손이 뒷 주머니로 가네요. 그 지갑에 제가 얼마가 들어있는 지를 압니다. 달랑 신사임당 할머니가 한 장 들어 있거든요. 그거 가지고 두 주를 버텨야하는데..에구 울 남편 불쌍해서 어쩌나..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5만원짜리 지폐를 큰 딸에게 주면서 

"우가는 3만원, 히야는 2만원..공부한다고 수고 많았다. 잘 놀아라." 

그러면서 빠이빠이 하고 나갑니다. 에구 딸들이 저리 좋을까? 그나저나 울 남편 다음달 카드 막으려면 알바해야겠는데 일감이나 있을까 모르겠네요. 있어도 할 시간도 없을텐데 살짝 걱정이 됩니다. (*)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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